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하루 만인 12일 도어스테핑을 재개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중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한 것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쳐 중단한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즉흥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도어스테핑을 다시 시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은 출입 기자들 이상으로 도어스테핑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 것처럼 도어스테핑에 대한 윤 대통령의 소신이 뚜렷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도어스테핑을 일부러 피한다는 야당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개된 도어스테핑에서 기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민감한 질문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방역 계획, 전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주로 당부한 것 등 부담이 적은 질문을 던졌다.
윤 대통령은 ‘내일도 이렇게 (도어스테핑을) 하실 건가’라고 묻자 “뭐 이 정도(거리)면 해도 되지 않겠는가. (코로나 상황이) 좀 괜찮아지면 며칠 있다가 여기에서(가까운 거리에서) 합시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도어스테핑을 재개한 윤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에 격앙된 반응을 내놓거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통령 리더십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미흡한 감정 통제”라며 “대통령이 불안하면 국민도 불안해하기 때문에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 인터뷰에서 “인사 실책보다 더 나쁜 건 인사 실책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는 방식”이라며 “(이것이) 국민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트리거로 결정적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전 정권은 잘났습니까’ 이러니까 (국민이) 확 돌아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을 재개한 것에 대한 호평도 적지 않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을 축소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가 대통령실에서 여러 차례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참모 권유를 일축했다고 말했다”며 “도어스테핑이 됐든 어떤 방식이 됐든 국민 소통을 계속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면) 예전 제왕적 대통령제하고 달라질 게 없지 않겠는가”라며 “도어스테핑 자체는 굉장히 파격적인 대통령의 행보”라고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재개한 것에 대해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해가면서 정제된 언어를 쓰겠다는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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