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발생한 이른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한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팩트’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한 결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일 국가정보원이 서훈 전 원장을 고발하면서 크게 불거졌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이 사건 당시 진행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했다면서 원장으로서의 직권 남용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과 관련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도 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논쟁은 당시 북송한 탈북민들을 어떻게 보느냐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이 ‘귀순’을 요청했음에도 이들을 북송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이들이 북한에서 16명을 살해하고 월남했다는 사실을 들어 이들의 북송이 적합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특히 북송에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접점을 만들기 위해 이들을 북송한 것이라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정부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북송’했다는 것이다.
반면 북송이 적합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쪽은 이들이 많은 사람을 살해해 남한 사회 정착 후 발생할 우려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방점을 둔다.
실제 지난 2019년 11월 사건 발생 이후 통일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라는 판단을 밝히기도 했다.
역시 16명의 ‘헌법상 우리 국민’을 살해한 이들의 살인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남한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증거 부족으로 인해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다. 이들의 살해 혐의에 대한 우리 정보당국의 정보 활동 내역이 공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재판에 활용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북송의 적절성 자체를 두고 법적 판단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북 조치의 특성상 ‘통치 행위’의 또 다른 사례가 될 소지도 있다.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헌법의 논리로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한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민간인을 위장해 귀순을 시도하는 ‘대남 첩보 요원’들의 경우 심사 단계에서 거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이들이 귀순 과정에서 어떤 사건을 만들어 공개 귀순을 시도한다고 하면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이냐”라는 의견을 냈다.
쟁점은 결국 수사 당국이 지난 정부의 북송 조치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국정원에 의해 고발된 서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 당국 및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조사의 강제 종료나 ‘허위 공문서’ 작성 과정에서 ‘북송 의도’가 판단, 혹은 규명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의도’에 대한 판단 없이 국정원장의 권한을 넘은 행위 자체로만 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논쟁’은 정치적 사안으로 완전히 전환돼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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