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자신이 앉은 의자 다리 스스로 톱으로 잘라… 역대 정권 대선연합 해체하며 붕괴”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7월 16일 10시 55분


박성민 ‘민’ 대표 “내부 전선 형성은 아마추어 중 아마추어가 하는 일”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가 7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가 7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역대 대통령은 모두 여당과의 관계에 실패해 무너졌다. 야당과의 관계 문제로 정권이 무너진 적은 없다. 노련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 합당 기조를 2년간 유지하며 하나회를 해체했고 금융실명제도 이뤘지만, 김종필(JP)을 내쫓아 위기를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DJP 연합으로 대통령이 됐으나 JP와 갈라서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는 초기에 갈등을 빚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7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며 과거 정권의 흥망성쇠 포인트를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의 대표 정치 컨설턴트인 그는 30년 이상 선거를 분석하며 수많은 정치인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왔다. 박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이 커지는 배경으로 여권의 ‘선거연합’이 해체되고 있는 상황을 꼽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내홍이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7월 5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37%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정 평가는 49%로, 조사 이래 최고치였다.

“보수 정당 권력의 공백 상태”
선거연합 해체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역대 대통령은 선거연합을 스스로 해체하며 무너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1월 3당 합당의 한 축인 JP를 내쫓았고, 그해 12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결국 PK(부산·경남)-충청-TK(대구·경북) 3자 연합이 깨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DJP 연합으로 대통령이 됐는데, 이후 JP와 갈라서면서 위기가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이 됐지만 당선 직후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위기가 시작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흔들렸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청와대로 들어간 후 당과 거리를 뒀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교적 선거연합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이 7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이 7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윤 대통령의 경우는 어떤가.

“윤 대통령은 2030세대 표를 얻기 위해 이준석 대표와 연합했다. 지금 이를 해체하고 있다. 자신이 앉은 의자의 다리를 스스로 톱으로 잘라내고 있는 셈이다. 2017년 이후 보수 정당은 권력 공백 상태다. 안철수 의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모두 야당 대표를 지낸 인물들이다. 윤 대통령 본인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바 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이 다 모인 상황이다. 뛰어난 리더십을 통해 이를 묶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미 동맹 문제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겨냥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인력 배치도 했다. 이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동맹을 굳건히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내부에) 새 전선을 만들고 있다. 아마추어 중 아마추어가 하는 일이다.”

인사 문제나, 당내 분란 역시 선거연합 해체의 한 파편으로 볼 수 있겠다.

“굳건한 연합이 있다면 문제가 생겨도 방어해줄 텐데 지금은 방어를 안 해주고 있다. 당내에서도 ‘우리가 봐도 이런 인사는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더 짜증이 난다. 하지만 착각해선 안 된다. 여당과 관계를 어떻게 잘 풀어낼 것이냐가 중요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도 김무성, 유승민 전 의원과 갈등을 빚은 탓에 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후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대통령이 됐다. ‘나보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같은 오만함이 몸에 밸 수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상황마저 좋지 않다. 대통령 취임 직후 지방선거를 치른 탓에 양당 지지자의 결집이 유지됐고 지지율에 ‘상한선’이 만들어졌다. 반면 ‘하한선’은 열려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 경력이 짧아 지지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역적 기반이나 정치 팬덤이 없는 만큼 지지층 결집력도 떨어진다. 박 대표는 “주어진 조건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조건이 취약해도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릴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한 까닭은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말과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람들은 어떠한 잘못에 대한 비판도 인정하지 않았다. ‘반박 강박증’을 보였다. 윤 대통령도 반박 강박증을 보이고 있다. 비판을 들으면 일일이 반박하고 싶어 한다. 인사 문제의 경우 ‘전 정권에서 이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식이다.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다. 사람들은 이슈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본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많이 노출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도어스테핑의 부정적 측면이 돋보일 여지가 크다는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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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은 청와대를 벗어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일관된 흐름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에게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같은 공간에서 신속하게, 자주 이야기하겠다’ 이렇게 계획한 것 아니겠나. 청와대에 있었다면 도어스테핑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대통령과 기자들이) 매일 마주치니까 대통령과 참모들이 함께 의논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색해졌다. 오히려 참모들과 대통령이 긴밀히 협의를 못 하면서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역설적 상황에 처한 것 같다.

“능력의 문제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서 여러 시나리오가 생겼다.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강점과 약점이 생긴다. 도어스테핑도 마찬가지다. 약점에 대비한 보완책을 플랜B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전략적이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출근 전 수석들과 미리 통화하면서 발언을 준비하는 등 대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이 위기라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 동일하게 윤석열 정부 역시 위기에 처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지지율, 33 대 55가 중요 지점”
위기를 판별하는 수단으로 지지율이 언급된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거짓말이다. 후보가 어떻게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나. 지지율을 신경 쓰니까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만나고, 이준석 대표도 만났던 것 아닌가.”

지지율 40% 선이 깨진 것이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보다 10%p가량 낮다면 이탈자가 꽤 있다는 의미다. 당 지지율보다 (긍정 평가 비율이) 낮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위기다. 중요한 지점은 ‘33 대 55’다. 대통령 긍정 평가가 35%를 밑돌고 반대로 부정 평가가 55%를 넘으면 중도층이 부정 평가로 완전히 쏠렸다는 의미다. 이 상태로는 선거를 치러도 이길 수 없다. 임기 초반인 만큼 50% 정도, 최소한 45%까지는 (지지율을) 회복해야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임기 초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과 비교하는 분석도 나오는데.

“비교할 수가 없다. 임기 직후 선거가 있었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적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주류 정당이었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대선에서도) 530만 표 차이가 났다. (윤 대통령의) 상황이 훨씬 안 좋다. 위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핵심 원인이 대통령 본인의 태도와 메시지에 있다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나머지는 다 쓸데없는 노력이 될 뿐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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