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당원 소통을 중심으로 한 공개 행보를 늘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징계 이후 출범한 ‘직무대행’ 체제를 두고 당내 이견이 분출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징계 배후로 지목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간 분화가 드러나면서 정치적 영향력 키울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여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새벽 징계를 받은 이후 잠행에 돌입했던 이 대표는 최근 당원과 소통을 앞세워 정치적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대표 취임 이후 공을 들였던 광주를 방문해 무등산 등반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전하며 잠행 닷새 만에 행적을 알렸다. 이 대표가 광주 방문 사실을 알리자 지역 당원들은 전날(12일) 이 대표와 당원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징계에 대한 대응을 위해 측근들과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일축, 대외적인 활동으로 건재한 자신의 모습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이 대표는 본격적인 당원 소통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동지들과 대화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과 교류하고자 한다”며 당원과 만남 신청을 받았다. 현재 만남을 신청한 당원이 800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틀 뒤인 16일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17일 부산, 19일 강원도 춘천에서 당원들을 만났다.
그는 앞서 당원 만남 신청을 받으면서 “언론 노출 등을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기에 사전에 공개일정으로 모든 일정을 공개해주지 못함을 양해해달라”고 했고, 자신이 공언한 대로 사전에 방문 지역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7일 부산 모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장 사진과 함께 이 대표의 발언이 일부 담긴 영상을 공개했고, 다음 행선지로 ‘강원도’를 예고하며 사실상 공개활동을 재개했다. 실제 이 대표의 춘천 방문에는 많은 취재진이 현장에 몰렸다.
이 대표는 춘천에서 언론에 윤리위 징계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이에 한 언론은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에 대해 ‘억울한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는데,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관계와 다르다며 직접 이를 수정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공개 행보는 일단 멈춘 상태다. 그는 이날 저녁 강원도 원주에서 당원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자 이를 보류했다. 자신의 동선 노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징계 직후 잠행한 것과 달리 최근 자신의 행적을 알리는 것은 당내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징계 직후 당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고, 의원총회를 통해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받았다.
당이 이같이 빠른 지도체제 정비를 통해 ‘이준석 지우기’에 나서자 이 대표의 활동공간은 사라지면서 그가 ‘잠행’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권 원내대표와 당 지도체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고, 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임시지도체제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등 양측의 갈등을 고리로 이 대표의 활동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이 역설적으로 이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에서는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될 경우 이 대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당원이 급속도로 늘었고, 최근에도 이 대표는 당원 소통과 함께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면서 당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만약 조기 전당대회 등 당 지도체제 변화가 생길 경우 당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높은 이 대표의 존재감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대표 재도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실시된 차기 당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1위를 기록한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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