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반발’ 전국경찰서장 회의 돌입…‘지지’ 무궁화 화분 태극모양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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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23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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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경찰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이 회의에 참석한 서장을 응원하고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경찰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이 회의에 참석한 서장을 응원하고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습니까”

경남 의령경찰서 박성수 수사과장은 23일 오후, 충남 아산 인재개발원 강의동 입구에서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경찰국 설치로 인해 경찰이 비민주적으로 통제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오전 8시, 경남 의령 자택을 나선 박성수 과장은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박 과장은 “30여 년을 근무하면서 경찰이 권위와 권력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동안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조직으로 발전했는데 경찰국 설치로 인해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전국 경찰서장회의가 23일 아산 인재개발원에 열렸다. 이날 회의는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류 서장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청에 토의를 제안했지만 응답이 없자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했다. 경찰서장 70%가 찬성하면서 회의가 성사됐다.

회의가 열린 인재개발원 최규식홀 앞에는 무궁화 화분이 태극 무늬를 띄며 놓여 있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지지의 뜻을 밝힌 전국의 경찰서장 350명이 보낸 화분이다. 무궁화는 나라꽃이면서도 경찰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날 회의에는 서장 50여 명이 직접 참석했고 13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회의는 경찰서장들만 모여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전국 각지의 경찰 100여 명이 모여 뜻을 같이 했다. 인재개발원에는 입구부터 “그대 선 이 자리! 경찰의 미래입니다‘, ’경찰서장님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신념에 용감하다! 민주경찰! 온 마음으로 함께 응원합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나부꼈다.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커피차를 지원하기도 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안부를 묻고 정부의 경찰 관리 방식에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참석한 총경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참석한 총경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2.7.23/뉴스1 © News1

홍성경찰서의 한 직원은 ”경찰국 신설 반대에 대해 지나친 걱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 정부가 검찰 출신 위주의 인사정책을 펴고 있고 과거 경험으로 미뤄 볼 때 경찰국이 권력 입맛에 맞는 수사를 강요하는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과거에는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해야할 때도 있었다. 경찰국이 결국 과거의 형태로 운영되지 않겠나. 권력의 통제하에 경찰이 사용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된다“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경찰서장 회의가 경찰의 민주적 의사 결정 기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경찰서장들의 자발적인 회의가 비민주적 절차와 지시에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도 된다는 용기를 줬다“며 ”이날 회의 결과에 관계없이 일선 경찰관들에게는 묵직한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병준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준비위원장은 ”이날 회의는 경찰서장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개최한 것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오히려 이런 자리가 이제서야 마련된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직장협의회가 조직돼 경찰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하듯이 경찰서장 회의 등 경찰 내에서 민주적인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구조와 제도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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