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서장들을 쿠데타에 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적반하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경찰은 총과 탄약을 들고 정보를 독점한 13만 명의 거대한 공권력이다. 이런 공권력이 노골적으로 견제를 거부한다면 쿠데타일 뿐.”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을 놓고 여야가 25일 전면전에 돌입했다. 특히 이날 오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하자 국민의힘도 “부적절한 집단행동”이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경찰장악 음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며 총력대응을 예고했다.
● “전두환식 시스템” 대 “경찰판 하나회”
민주당은 이 장관이 경찰 회의를 전두환 신군부 당시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빗댄 것을 집중 성토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을 향해 “말을 심하게 한다. 판사 출신 (이 장관의) 인권 의식이 이 정도 수준이어서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장관이 수사 지휘까지 하겠다는 것이 전두환 정권식 시스템이고 민주주의 후퇴, 인권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쿠데타 세력처럼 구는 것은 윤석열 정부”라며 “권력의 길들이기에 어떠한 반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전두환식 경찰 통제”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을 비롯해 류삼영 울산 중부서장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에 대한 화살을 윤 대통령으로 직접 돌리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회의 한 번 했다고 바로 현장 치안을 책임지는 서장을 해임하는 일이 가능한지, 아직 임명받지 않은 경찰청장 후보자가 이런 행위를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전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임명 후 브리핑에 나서 경찰서장 회의를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 내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저지 대책위원회’를 당 차원 기구로 격상하고 다음달 4일 열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때 제대로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도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대통령실 적극 엄호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불법적 행위를 하면서 의인이라도 되는냥 행세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항명을 모의하는 ‘경찰판 하나회’”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도 “청와대가 밀실에서 정권 입맛에 맞게 인사권을 행사할 때는 침묵하더니, 인사 지원 부서 만든다고 ‘장악’ 운운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선택적 분노이자 정치 규합”이라며 “국민 혈세로 월급 받는 이들의 배부른 밥투정”이라고 했다.
다만 강대강 대치 움직임 속 당 내부에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대통령실도 그렇고 정부가 (경찰을) 너무 거칠게 다루고 있다”며 “시간을 갖고 경찰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 대정부질문에서도 ‘쿠데타’ 설전
민주당은 이날 오후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을 집중 추궁했다. 박주민 의원은 “법 위반도 없는데 해산하려고 쿠데타, 내란에 비유했다”며 “내란은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서장 회의에서) 내란 목적이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 장관이 “위험성을 말한 것”이라며 “내란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고 하자 박 의원은 “(쿠데타와 내란이) 다르냐”고 언성을 높였다. 다만 이 장관도 “모든 경찰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묵묵히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경찰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장관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이 경찰 수사를 간섭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수사에 관해 관여하거나 지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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