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19합의후 운영 중단
당시에도 ‘북한 눈치 보기’ 비판
최대 사격장 두고 충남 태안서 훈련… 軍 “합의 준수하며 운영 재개할 것”
北 ‘중대도발’시 합의 유지 재검토
강원 고성군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위치한 마차진사격장에서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공사격훈련이 재개된다. 마차진사격장은 201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에서 MDL 일대 포사격, 항공기 비행 등 군사적 적대 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한 눈치 보기’로 4년 가까이 운영되지 않던 사격장이 새 정부 출범 후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차진사격장은 2018년까지 연평균 15만 발 사격이 이뤄진 군 최대 규모의 대공사격훈련장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9·19합의문에 근거해 이 사격장을 폐쇄했다. 이곳이 동부전선 무인기 비행금지구역(15km 이내)에 포함된다며 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것. 대공사격훈련에 필요한 표적기를 날리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군사작전 용도가 아닌 표적기를 비행이 금지된 ‘무인기’로 판단하는 등 당시 정부가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해 9·19합의를 스스로 확대 해석했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9·19합의문은 포사격 금지구역을 MDL 5km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마차진사격장은 MDL로부터 11km 떨어져 있어 금지구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이 사격장이 폐쇄되면서 전방부대들은 매년 남서쪽으로 250여 km 떨어진 충남 태안 안흥사격장까지 이동해 훈련해야 했다. 이에 장병들의 피로가 쌓이고 불만이 커져왔다. 일각에선 전격적인 사격훈련 재개가 전 정부 때 약화된 전반적인 훈련·대비태세를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국방부는 마차진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재개해도 9·19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에 해당하지 않는 동해상에 표적기를 날리고 사격을 하는 등 방식을 조정하면 훈련 실시에 걸림돌이 없다는 것. 국방부는 동아일보 질의에 “9·19합의를 준수하면서 사격장 운영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9·19합의를 홀로 준수했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북측에선 수차례 합의를 위반했지만 우리만 합의를 지키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북측의 합의 위반 행위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해석해 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북한이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나 연평도 공무원을 피격했을 당시 정부는 “합의 정신은 훼손됐으나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대통령실은 일단 9·19합의를 당장 파기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경지역 내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9·19합의 목적이 일부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 다만 향후 북한의 합의 위반 행위나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이 있을 경우 이 합의를 유지할지 전면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이행 여부가 합의 유지의 변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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