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혈맹의 상징인 ‘추모의 벽’이 27일 완공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추모의 벽 건립이 처음 구상된 시기는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몰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비롯해 2차대전기념공원, 베트남전참전기념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전사자 이름이 음각으로 새겨진 다른 시설물과 달리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만 전사자 이름이 빠져 있었던 것.
이에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주변에 미군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유리벽 형태의 추모의 벽 건립 운동에 나섰다.
6·25전쟁에서 적의 공격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전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올해 4월 별세)은 미 의회에 관련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1년 미 하원에 건립 법안이 상정됐지만 관할 기관의 반대에 부딪혔다. 내셔널몰을 관리하는 미 공원관리국은 관리 비용 증가 등 예산 조달에 난색을 표했고, 조형물을 심사하는 국립미술위원회는 베트남전참전기념비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추모의 벽 건립에 제동을 걸었다.
법안은 의회에 장기간 계류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10월 가까스로 미 상원을 통과됐다. 사실상의 ‘건축 허가’가 난 것이다. 하지만 270여억 원의 건립 비용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5년 넘게 첫 삽조차 뜰 수 없었다. 게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전 정부 추진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이 보류되고, 이를 추진하던 보훈처 관계자들이 내부 감사를 받기도 했다.
민간에선 건립 사업 주체인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과 한미 양국의 재향군인회 등이 건립 비용 모금 운동에 나섰고, 현지 교포들과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풍산그룹 등 민간 기업들도 동참했다. 각계의 지원 노력과 함께 북-미, 남북 대화가 이어진 2019년 우리 정부도 전체 건축비의 90%(약 266억 원)를 부담하기로 결정하면서 건립 법안이 통과된 지 5년 만인 지난해 5월에 착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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