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의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군 검사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6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군검사로 근무하던 중위 A 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이 중사의 성폭력 피해 사건을 맡아 수사를 담당했다. 그러나 A 씨는 피해자 조사를 준비한 것 외에는 참고인 조사 등을 전혀 하지 않았고, 휴가·출장 등 개인적 사유로 피해자 조사도 반복해서 미룬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또 직속 상급자가 이 중사 남편에게 합의를 종용한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그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추가입건 등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혐의를 부인하던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같은해 5월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국방부 보통검찰부는 A 씨의 직무유기 혐의 등과 관련한 수사를 개시, A 씨를 보직 해임했다. 이후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A 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을 의결했고,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A 씨에게 정직 3월을 처분했다.
이에 A 씨는 지난해 10월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조사 일정은 이 중사와 협의해 변경했고,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며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의 위태로운 정신상태, 상급자의 합의종용 사실 등 여러 위험징후를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그에 대한 수사나 어떠한 관련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A 씨는 피해자와 조사일정 협의 당시 불가피한 사유 없이 조사일정을 미루고 이후 재차 조사일정을 연기했다”며 “피해자 측에 합의를 종용하는 상급자에게 2차 가해를 중지하도록 경고하는 등의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고, 다른 수사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범죄 사건을 조사함에 있어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사실, 출장 업무 등이 종료됐음에도 근무지로 복귀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성실의무 위반(직무태만)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정직 3개월 처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정직 3개월이 타당한 징계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사단 내 유일한 군검사로서 사건 수사와 피해자 보호에 누구보다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며 “만연히 조사를 지연한 결과 불행히 피해자가 사망해 성실의무위반·직무태만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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