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1일 의원총회 논의 내용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정치적 비상상황을 명분을 앞세워 정당의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비대위 체제에 여당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의총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과 비대위원장 인선 등도 추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의총에서 1명 빼고 비대위 동의”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여권의 쇄신론은 결국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맏형인 권 원내대표에게까지 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에 이어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권 원내대표를 향해 “지금 전혀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원내대표도 사퇴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4월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 요구에 침묵한 채 선수(選數)별 간담회와 의총을 통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여론 수렴에 나섰다. 여권 관계자는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원내대표까지 교체하는 건 혼선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실제로 의총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비대위 체제 전환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양 원내대변인은 “의원 89명이 참여한 의총에서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의견에 극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며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당이 비상일 때 비대위를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이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만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르면 2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전국상임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소집 요구를 의결할 계획이다. 전국상임위를 통해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고, 전국위를 통해 비대위 출범을 의결한다는 속도전 수순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는 밝혔지만 아직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아 최고위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 비대위 출범, 비대위원장 인선 등 첩첩산중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논란은 이날도 계속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비대위 전환을 반대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의원총회 결과와 상관없이 여전히 확고하다”며 “‘비상’이라는 수사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정당성을 박탈하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의 역행”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 “사퇴 선언을 이미 한 최고위원들을 모아서 사퇴는 했지만 아직 사퇴서는 안냈으니,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비상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표결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1년 간 경험해온 논리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전국위 개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며 “당헌·당규를 수정하는 문제를 포함해 누구라도 이해가 되면 조치하겠지만 부당하다면 전국위를 열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전국위가 열리지 못하면 전국위에서 비대위 체제를 의결해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5선의 주호영 정진석 조경태 정우택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에 종속되면 안된다”며 친윤계와 거리가 먼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과 대통령실의 호흡을 고려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여권 인사는 “위기 상황을 타개할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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