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늘 최고위원회 열어
상임전국위 소집 등 의결 방침
이준석측 “근거 없다” 반발 계속
국민의힘이 1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곧 상임전국위원회 등을 열어 당헌을 개정해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의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수(選數)별 의원 간담회에 이어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출범 등에 대해 논의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초선, 재선, 중진 의원들과의 릴레이 간담회에서 현재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다수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비대위 출범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이라는 데 극소수의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고,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비상 상황일 때 비대위를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르면 2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 소집을 의결할 계획이다. 상임전국위를 통해 당 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을 의결하고, 이후 전국위를 통해 비대위 출범 수순을 밟겠다는 것.
그러나 이준석 대표 측은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반발을 이어갔다. 이 대표 측은 권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도 주장했지만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의총에서 한마디도 없었다”고 했다.
비대위 출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비대위원장 논의도 시작되는 양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중진 의원은 물론이고 과거 보수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사들도 거론된다”며 “다만 비대위 출범과 인선이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와 맞물려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1일 의원총회 논의 내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치적 비상 상황이란 명분을 앞세워 정당의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비대위 체제에 여당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의총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과 비대위원장 인선 등도 추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의총에서 1명 빼고 비대위 동의”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여권의 쇄신론은 결국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맏형인 권성동 원내대표에게까지 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에 이어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권 원내대표를 향해 “지금 전혀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원내대표도 사퇴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4월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 요구에 침묵한 채 선수(選數)별 간담회와 의총을 통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여론 수렴에 나섰다. 여권 관계자는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원내대표까지 교체하는 건 혼선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실제로 의총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비대위 체제 전환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양 원내대변인은 “의원 89명이 참여한 의총에서 당이 비상 상황이라는 의견에 극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며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당이 비상일 때 비대위를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이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만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르면 2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전국상임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소집 요구를 의결할 계획이다. 전국상임위를 통해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고, 전국위를 통해 비대위 출범을 의결한다는 속도전 수순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현진 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는 밝혔지만 아직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아 최고위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 비대위 출범, 비대위원장 인선 등 첩첩산중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논란은 이날도 계속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비대위 전환을 반대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의원총회 결과와 상관없이 여전히 확고하다”며 “‘비상’이라는 수사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정당성을 박탈하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의 역행”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 “사퇴 선언을 이미 한 최고위원들을 모아서 사퇴는 했지만 아직 사퇴서는 안 냈으니,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비상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표결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1년간 경험해 온 논리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전국위 개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가 그만두고 새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이 돼 최고위를 보강하면 (전국위를 열지 않아도) 비대위 체제나 마찬가지가 된다”며 “전국위를 열 수 있는 방법 중 의장이 소집할 수 있는데, 나는 소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서 의원이 전국위를 열지 않아도 최고위 의결이나 상임전국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전국위가 열릴 수도 있다.
여기에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5선의 주호영 정진석 조경태 정우택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종속되면 안 된다”며 친윤계와 거리가 먼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과 대통령실의 호흡을 고려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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