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4일 동료 하원의원들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았다. 공개적으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낼 거란 예상과 달리 펠로시 의장은 동료 의원들과 안보 최전선을 점검하며 한미 동맹 강화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JSA를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통화에서 “한미 간에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은 1시간 30분가량 JSA를 방문했다. 예년과 달리 북한 장병들이 판문각에서 나오거나 동선을 확인하지 않자, 펠로시 의장은 메시지를 내놓는 대신 먼 방향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JSA 대대 브리핑도 받지 않고 수행 장병에게 의장 기념코인을 나눠 주는 등 조용한 형식이었다고 정부 소식통은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이 공개적인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진 않았지만 이번 JSA 방문 자체에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소식통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 권력서열 3위 인사가 방문한 자체가 북한에는 충분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JSA 견학에는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순방을 수행한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마크 타카노 하원 보훈위원장, 수잔 델베네 하원 세입세출부위원장,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 정보위원, 앤디 킴 하원의원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동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장을) 수행한 미 하원의원들이 전방에 한 번도 간 적이 없고 판문점과 JSA를 방문하고 싶어 해서 펠로시 의장이 한국의 안보 현장을 동료 의원들에게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단체 방문 배경을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JSA행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1시간 10분여간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두 의장은 회담 후 한미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한미 양측은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 양국관계는 매우 특별하다”며 “공동의 가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이겨내는 것, 지구를 구하는 것 등 이야기할 것이 많고 기회도 많다”며 양국 의회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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