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의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9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5선의 주호영 의원과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에 따라 당 대표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이준석 대표는 “코미디”라며 반발했다.
○ ‘이준석 복귀案’은 표결에서 부결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상임전국위를 열어 지금이 당헌상 비상상황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9일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다. 현 상황이 당헌상 비대위원장 임명의 필수조건인 ‘비상상황’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헌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상임전국위가 공식 결론을 낸 것. 이 대표가 직무정지 상태고 최고위원 9명 중 4명이 사퇴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혀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했다는 게 근거가 됐다. 전국위를 열기 위한 전 단계인 상임전국위에는 정원 54명 중 40명이 참석했다. 통상 박수로 안건을 의결해 왔지만 이번에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표결을 거쳤다.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유권해석에는 40명 중 29명이 기립을 통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의 성격을 두고도 논쟁이 치열했다. 기존 당헌에 직무대행의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만 추가한 ‘최고위안(案)’과 이 대표의 직책 유지와 복귀를 보장하는 ‘조해진 의원안(案)’이 무기명 비밀 투표에 부쳐졌고, 최고위안이 26표를 얻어 가결됐다. 조 의원안은 10표, 기권은 4표였다.
이에 따라 9일 열리는 전국위에서는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치고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장을 겸하는 서병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전국위는 정수가 1000명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상황이라 상임전국위에서 올린 안건에 대한 찬반을 토론 과정 없이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로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이 비상이라고 하면 직무대행인 원내대표는 사퇴했나? 최고위원은 몇 명이 사퇴한 상태인가?”라며 “정작 사퇴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비상이라는 코미디”라고 적었다. 이 대표 측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쫓아내는 편법으로 비대위를 하면 당의 운명이 법원으로 간다”고 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도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라는 이름의 모임을 개설하고 “(가처분) 소송인단이 500명 이상 모이면 실제 착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주호영, 정진석 ‘구원 투수’ 거론
여권의 관심은 이제 9일 결정될 비대위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서 의원은 상임전국위 직후 “제가 알기론 어느 정도 비대위원장 윤곽이 잡혀가는 것 같다”며 ‘5선 중진급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한 여권 인사도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에는 시간도 촉박해 경험 많은 중진 의원이 구원 투수로 나서 지금의 위기 국면을 수습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주 의원과 정 의원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비교적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옅은 것으로 평가받는 주 의원(대구 수성갑)은 지난해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퇴 뒤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끈 경험이 있다. 주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제안이 오면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정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 역시 2016년 원내대표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다만 정 의원은 가까운 의원들에게 “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주호영 비대위’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11년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017년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당의 비대위원장을 겸직한 전례가 있다”며 “결국 대통령실 등 다양한 의견을 들은 뒤 주말이 지나야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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