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순식간에 물 차올라” 당시 상황 전해
尹 “저지대 침수 예상 지역의 안전에 만전 기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앞서 전날 기습적인 폭우로 해당 빌라 반지하에 거주하던 여성 A 씨(47)와 그의 언니 B 씨(48), 그리고 A 씨의 딸(13)이 고립돼 숨졌다. 함께 살던 모친은 병원 진료 때문에 당시 집을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에게는 발달장애가 있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노란색 민방위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이 윤 대통령을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우산을 쓴 채 반지하방 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 오 시장, 최 본부장 등과 대화를 나눴다. 창문을 통해 본 방 내부에는 흙탕물이 가득 차 있고 집기류가 물에 떠다녔다.
윤 대통령은 최 본부장에게 “모녀 중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셨나”, “사고가 몇 시에 일어났나” 등 당시 상황을 물었다. 최 본부장이 “22시쯤에 일어났다”고 답하자 “주무시다 그랬구나”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최 본부장은 “물이 상당히 밀려들다 보니 문을 못 열고 나온 것”이라며 “허리춤까지 물이 찰 정도로 여기가 전체가 저지대라서, 어제 이쪽 지역에 한 400mm의 비가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빌라에 들어가 이웃 주민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어제 여기가 밤부터 수위가 많이 올라왔겠다”고 하자 한 여성은 “네, 여기까지 찼었다”며 “순식간에 물이 들어왔다”고 호소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물이 올라온 게 한 시간도 안 걸렸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 일부를 내려가다 가득 찬 흙탕물 때문에 돌아서면서 “하천 관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하라도 고지대도 괜찮은데 자체가 저지대다보니 도림천이 범람하면 수위가 올라가서 여기가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라며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가 언덕에 있는데도 1층에 지금 물이 들어와서 침수될 정도니,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침수가 되더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다세대 주택도 둘러보는 등 신림동 주택가에서 약 13분간 머무른 뒤 수해 피해 주민들이 머무르는 신사동 주민센터로 이동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약계층일수록 재난에 더욱 취약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분들이 안전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약자, 장애인 등의 지하주택을 비롯한 주거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위해 충분히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환경부 장관에게는 “국가 하천, 지방 하천, 지류 전반의 수위 모니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행안부와 함께 배수치 등 저지대 침수 예상 지역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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