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시킬 당시 북한에 “어민들을 돌려보내겠다”고 통보하면서 이들에 대한 고문이나 박해 금지 등 최소한의 인권 보장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9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확인한 정부의 대북 통지문에 따르면 “우리 측 관계 당국에 의하면 2019년 11월 2일 귀측 주민 2명을 단속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귀측 주민은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다수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통지문에는 “귀측의 주민 2명을 2019년 11월 7일 11시에 판문점을 통해 인도하고 선박을 국제상선 공통망을 통해 NLL(북방한계선)상에서 인계하고자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귀순 의향을 밝힌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로 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북한의 향후 사법 처리 계획 등에 대해 일절 확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통지문을 2019년 11월 5일 남북 연락사무소로 발송했고, 이튿날인 11월 6일 “그렇게 인수하겠다”는 북한의 답변을 받은 뒤 11월 7일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에서 북한에 넘겼다.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을 돌려보낼 경우 북한 당국의 사법 처리 입장을 확인하지 않고 북송을 통보한 것은 유엔고문방지협약과 난민 지위에 관한 조약 등 국제법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1995년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의 3조는 극악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가 존재하며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로의 추방이나 송환, 인도를 금지하고 있다. 1954년 발효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조약에는 망명자를 박해가 우려되는 국가로 송환해서는 안된다는 농르풀망(강제송환 금지) 원칙도 포함돼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송환자에 대한 고문이나 박해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는 의미다.
앞서 유엔 상설위원회인 유엔인권이사회가 북송 이후인 2020년 1월 정부에 “북한으로부터 두 사람이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처우를 받을 것을 보장받았느냐”고 공식 질의서를 보내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도 최근 통일부로부터 ‘대북통지문’ 전문을 입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탈북 어민 2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합동 조사 기간을 단축시키고 북송하도록 실무진에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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