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바라는 한미·한중관계… 왕이 ‘5개 요구’에 담겼다

  • 뉴스1
  • 입력 2022년 8월 10일 15시 22분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 뉴스1 (중국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 뉴스1 (중국 외교부)
중국 당국이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우리 측에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독립자주 △선린우호 △개방공영 △평등존중 △다자주의 등 5가지를 향후 양국관계에서 우리 측이 ‘응당(應當·마땅히) 견지해야 할’ 사항들로 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 측이 이번 회담에서 제시한 이른바 ‘5개 응당’을 두고 “그동안 중국 외교가 취해온 기본입장”(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왕 위원이 이번 회담에서 자국 외교의 기본입장을 굳이 설명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한중관계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5개 응당’은 “(한중) 양국민이 바라는 최대 공약수이자 시대 흐름에 따른 필연적 요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왕 위원이 ‘5개 응당’ 가운데 가장 먼저 언급한 ‘자주독립’을 한중관계에 대입해보면 우리 정부가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현 윤석열 정부에선 ‘한미동맹 강화·발전’ 기조 아래 안보·경제를 넘어 ‘기술동맹’으로까지 미국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한 중국 측의 우려가 담겨 있단 것이다.

한중 외교장관회담. ⓒ 뉴스1 (중국 외교부)
한중 외교장관회담. ⓒ 뉴스1 (중국 외교부)
왕 위원이 한중 간 ‘선린우호’를 강조하며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하자’고 요구한 것은 중국 당국이 자국 안보의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운용에 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사드 3불(不)’을 한중 간 합의사항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측에 계속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히 개진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전했다. 이에 더해 중국 외교부는 “서로의 안보문제를 중시하고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중 양측이 사드 관련 문제에선 ‘접점’을 찾지 못했단 뜻이다.

아울러 중국 측이 ‘개방공영’ ‘평등존중’과 관련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산업망 수호’ ‘내정 불간섭’을 요구한 것은 우리나라의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참여, 그리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최근 대만 방문을 계기로 재차 불거진 미국 측의 ‘하나의 중국’ 원칙(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합법 정부 또한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것) 훼손 시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 5월 미 정부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립멤버로 가입한 우리 정부는 현재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이른바 ‘칩4’ 참여 문제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왕 위원과의 이번 회담에서 미국 측 제안에 따라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리면서도 이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전적으로 국익에 따른 판단”이라며 중국 측의 이해를 구했다.

우리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서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경제·안보 등 전 방위로 퍼져가고 있는 미중 간 갈등 속에 자칫 그 ‘불똥’이 미국의 역내 주요 동맹국인 우리나라 등으로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시각도 여전하다.

왕 위원이 ‘유엔헌장의 취지·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5개 응당’ 가운데 하나로 ‘다자주의’를 언급한 대목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각종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에둘러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위원도 왕 위원의 ‘다자주의’ 언급에 대해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비판할 때 활용하는 논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국익과 원칙에 따라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가겠다”며 “상호존중에 기반을 둔 협력적 한중관계”를 강조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게 있다면, 중국 또한 그만큼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왕 위원과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재차 당부하는 한편, 중국 당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서 시행해온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의 해제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앞으로 실천해나갈 한중관계 미래발전을 위한 공동 행동계획 마련을 제안했고, 중국 측 또한 이를 추진한다는 데 동의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