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 꺼낸 中, 찬반 갈등 부채질·한미 균열 노려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11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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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를 다시 꺼내들어 한국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중국을 이를 통해 윤석열·문재인 정부 간 충돌을 부채질하는 한편 한미 양국 간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외에 3불(不) 1한(限) 정책을 서약했다”며 “중국은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을 중시했고 한중 양측이 (이런) 이해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절히 사드 문제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3불 입장이란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당시 문재인 정부 외교부가 발표했던 중국 달래기의 일환이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한이란 이미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제한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중국 측의 공세에 한국 외교부는 “사드는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 주권 사안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지만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게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된 사드 3불 1한 입장을 유지하라고 거듭 요구함에 따라 한국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3불 1한을 실제로 약속했는지, 그리고 적절한 조치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이는 대(對)중국 전략을 둘러싼 한국 내 의견 충돌을 부추길 여지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 관련 사안을 재검토하면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3불 1한의 적절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까지 추가될 수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나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처럼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 1한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을 경우 한국 내 여야 간 공방이 한층 가열될 수 있다.

중국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공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3불 1한 조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윤 대통령 지지율에 추가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이번 사드 언급을 통해 한미 동맹 강화 기조에도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한미 군사 동맹 강화와 미군 전략 자산 한반도 전개 등을 추진해왔다. 이런 기조하에 정부는 성주군 사드 기지 정상화를 선언하는 등 미국 측 요구를 적극 수용해왔다.

이처럼 한미 간 밀착이 강화되자 중국으로서는 이를 저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게는 사드 자체보다도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더 불쾌한 일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드가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에 의해 운용되는 무기 체계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사드 3불 1한 주장이 겉으로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 나아가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문제 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중국은 사드 문제가 한미 정부 간 갈등 요소라는 점을 간파하고 이간질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 기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점을 놓고 문재인 정부에 강도 높게 불만을 제기했었다. 윤석열 정부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바이든 정부 안에서 윤석열 정부의 동맹 강화 약속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사드 문제가 한중 간, 미중 간, 한미 간 문제로 번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성주 사드 기지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경우 한국 내 논란이 커질 여지가 있다.

사드 기지에 반대하는 성주군 내 일부 주민이 기지 정상화에 항의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이는 찬반 논쟁을 가열시킬 전망이다. 기지 정상화를 요구하는 미국 측과 반대하는 주민 단체 사이에 끼인 윤석열 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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