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 특별사면에서 정치인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대신 주요 기업인들을 사면 대상에 넣으며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12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과 범위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장고 끝에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정치인은 전면 배제했다.
당초 윤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특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시킬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9일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20여년을 수감생활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나, 과거 전례를 비춰서라도”라고 답하는 등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왔다.
여기에다가 지난해 연말에 단행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정치인이 포함됐음에도 이 전 대통령만 빠졌다는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거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2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변수로 작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비자금 횡령 및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징역 17년을 확정받아 오는 2036년에 형기가 만료된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 여론이 여전히 큰 점에 부담을 느꼈고, 결국 이 전 대통령은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됐다. 그에 대한 형집행정지가 연장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당초 진영 간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검토됐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도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됐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이다.
주요 기업인들은 예상대로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형기가 지난달 만료됐으나,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복권되면서 제약 없이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했다”며 “적극적인 기술투자와 고용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엄선해 사면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경제 분야의 국가경쟁력을 증진시키고”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최종 의결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사면의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넓게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이번 특별사면으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출근길 약식회견에서는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며 “민생은 정부도 챙겨야하지만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거기서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거기(기업인 사면)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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