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후 자택을 압수수색 받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나 말고 물가나 잡으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17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떻게 국정원장 한 사람이 국정원 문건을 들고나오나. 자기들이 (그렇게) 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 걸로 아는 거다. 왜 국정원을 개혁한 박지원을 잡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어 “왜 우리 집을 압수수색하나. 삭제했다는 문건은 국정원에 있고, 서버(에서) 삭제(했다는 기록)도 국정원에 있다”고 반발했다. 진행자가 ‘(문건을) 출력해서 집으로 가져갔나 하는 의심 때문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얼마나 철저하냐 하면, 공관에서 제 딸이 제 짐을 싸는데 공관 운영관이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제가 해외에 나갔을 때 수행한 부서장들하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본래 정무직 원장, 차장까지만 사진 공개가 되고 1급 이하 모든 직원은 안 되는데 그걸 몰랐던 딸이 그 사진을 챙기니까 그걸 내놓고 가라고 하더라. 그렇게 철저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피의사실에 대해 “확인했지만, 변호사가 말하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언론에서 보도가 나온 것과 똑같다”고 귀띔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됐을 때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박 전 원장은 “(압수수색 때) 검사 한 분하고 수사관 두 분이 왔는데 딸이랑 변호사에게 전화했더니 30분간 정도 아주 나이스하게 (압수수색)했다더라”며 “일선검사나 수사관들은 나이스한데 검찰 탑들과 국정원장이 문제”라고 했다. 특히 김규현 국정원장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만 쓰는 건가 한심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박 전 원장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가져간 수첩 5개에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냐’는 질문에는 “제가 누구 만나는 (일정이 기록된) 일정 수첩”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정원장직을 수행했던 내용은 수첩에 다 기록돼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엔 “있겠지. 그런데 그거하고 지금(서해 공무원 검찰 수사는) 별건”이라며 “수첩 가져가면 뭐 하나. 자기들 욕한 것밖에 없는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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