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담대한 구상 거부…“허망한 꿈, 상대 않을 것”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19일 06시 19분


북한이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로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제안 후 사흘 만에 내놓은 입장이다.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을 비핵·개방 3000 복사판으로 규정했으며,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고 원색 비난했다.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발사 지점 공개와 함께 한미 대응 체계도 거론했다.

19일 김 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에 낸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해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며 “할 말이 없었거나 또 하나마나한 헛소리를 했을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체면 유지에 더 이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전국 비상방역 총화 회의에서의 대남 강경, 적대 발언 뒤 8일 만에 말폭탄을 쏟아냈다. 이번 김 부부장 명의 대남 담화는 지난 4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는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민심도 떠나가는 판국에 애당초 그런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나았을 것”이라며 “남쪽 동네에서 우리 반응을 목 빼고 궁금해 하기에 몇 마디 해준다”고 밝혔다.

또 “궤변과 체제 대결을 고취하는데 만 몰두했다”며 “입에 담기 참으로 미안하다만 역시 개는 엄지든 새기든 짖어대기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고 비방했다.

김 부부장은 “가장 역스러운 건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단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5월 취임사에서 북남 관계를 개선할 그 무슨 구상이라도 품고 있는 듯 냄새를 피운데 이어 미국과 주변국들에 설명해가며 이해와 지지를 청탁하는 등 나름대로 숱한 품을 들인 것 같은데 이번에 내놓은 구상이란 것이 참 허망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아울러 “그래도 소위 대통령이란 자가 나서서 한다는 마디마디의 그 엉망 같은 말을 듣고 앉아 있자니 참으로 그쪽 동네 세상이 신기해 보일 따름”이라며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 밖에 없었는가”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동족 대결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 놓은 것도 가관이지만 거기에 제 식대로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여놓은 것을 보면 진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란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 협력 같은 물건 짝과 바꿔보겠단 발상이 윤석열의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 생각하니 천진스럽고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더불어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나”라며 “아직 판돈을 더 내면 우리 핵을 어째볼 수 있지 않겠는가 부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에게 보내줄 건 쓰거운 경멸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남 문제를 꺼내들고 집적거리지 말고 시간 있으면 제 집안이나 돌보고 걱정하라”며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겠는데 언제 그 누구의 경제,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나”라고 훈수했다.

또 “우리 경내에 아직도 더러운 오물들을 계속 들여보내며 우리 안전 환경을 엄중히 침해하는 악한들이 북 주민들에 대한 식량 공급과 의료 지원 따위를 줴쳐대는 것이야 말로 우리 인민의 격렬한 증오와 분격을 더 무섭게 폭발시킬 뿐”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이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라며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게 간절한 소원”이라고도 했다.

또 “남조선(한국) 당국의 대북정책 평가에 앞서 우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담대한 구상으로도 안 된다고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으로 문을 두드리겠는지 모르겠으나 우린 절대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윤석열은 자기 패당들이 때 없이 나서 무식하게 내뱉는 대결적 망발들이 어떤 큰 위협을 키우게 되겠는가를 깊이 걱정해 보는 게 좋을 것”이라며 “우리와 일제 상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 우리 권언을 순간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17일 북한이 단행한 순항미사일 발사에 관한 언급도 했다.

앞서 우리 군은 17일 새벽 북한이 평남 온천군 일대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해상 발사가 이뤄졌으며, 세부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그는 “참으로 안됐지만 하루 전 진행한 우리의 무기 시험 발사 지점은 남조선 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 일대가 아니라 평남 안주시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늘상 한미 사이 긴밀한 공조 하 추적 감시와 확고한 대비태세란 말을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들이 어째서 발사 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지, 무기 체계 제원은 왜 공개 못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했다.

더불어 김 부부장은 “제원과 비행자리길이 알려지면 남쪽이 매우 당황스럽고 겁스럽겠는데, 이제 저들 국민들 앞에 어떻게 변명해 나갈지 정말 기대할 만한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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