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또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하는 등 윤 대통령을 직격하며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밝힌 뒤 이틀 뒤(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주겠다”고 한 바 있다. 이날 김여정 담화 뒤 대통령실은 즉각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하고 핵개발 의사를 지속하겠다고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이날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라며 “우리의 국체(國體)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 짝과 바꿔보겠단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어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긴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쏘아붙였다. 우리의 비핵화 제안을 일축하면서 이미 핵·미사일 고도화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웬만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만 윤 대통령 실명을 9차례나 언급하며 ‘말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면서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라지니 이젠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문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22일 한미 연합훈련 등을 명분으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며 “일단 북한의 추가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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