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용’ 논란을 일으켰던 더불어민주당의 ‘기소 시 직무 정지’ 및 ‘권리당원 전원투표’(전당원투표) 관련 당헌 개정안이 24일 최종 단계인 당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부결됐다. 민주당이 출범한 2016년 이후 당무위원회까지 거친 안건이 부결된 건 처음이다.
예상을 뒤엎은 결과에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친명(친이재명)계도 크게 당황했다. 야권 관계자는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굳어지는 가운데 당내에 남아 있는 반명(반이재명) 정서가 ‘이재명 사당화’에 막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했다. ‘개딸’ 등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 “‘친명 일색’에 대한 반발”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온라인 중앙위원 투표 결과 당헌 개정안은 재적 566명 중 찬성 268명(47.35%)으로 과반에 미달돼 부결됐다. 중앙위원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지역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부결된 개정안의 핵심은 당헌 80조 1항의 ‘기소 시 직무 정지’ 규정과 전당원투표 규정 신설이다. 당초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항을 ‘기소’가 아닌 ‘하급심의 금고 이상 유죄 판결 시’ 직무 정지로 완화하려다 “방탄용 위인설법”이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비대위는 해당 규정은 유지하되, 정치 보복 등으로 판단될 경우 직무 정지 조치를 취소할 수 있는 주체를 기존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수정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당내 갈등은 일단 수습했지만 이를 두고도 ‘꼼수 개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19일 당무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전당원투표를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재명 방탄’ 논란 2라운드가 불거졌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 등은 “숙의 절차 없는 일방적 처리”라고 반발하며 이날 중앙위 투표에 앞서 중앙위원들에게 “반드시 부결시켜 달라”는 호소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절차적 문제가 있는 당 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중앙위원들의 경고”라고 했다. 개딸들에게 휘둘리면 민심과 더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 관계자는 “대표성이 약한 권리당원의 입김이 더 세진다 하니 선출직 지역 대의원 등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했다.
○ 비대위 “당헌 80조는 재상정”
중앙위 통과를 자신했던 비대위는 이날 부결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전당원투표는 제외하되 당헌 80조 개정안은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25일 당무위, 26일 중앙위를 거쳐 28일 전당대회 전까지 통과시키겠다는 것.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 80조 문제는 이미 (절충안으로) 해결된 것이기 때문에 당무위와 중앙위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는 “일사부재의에 어긋난다”, “중앙위 소집 절차를 무시했다”고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당헌상 중앙위는 회의 5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무위에 앞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반대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비명계 의원은 “비대위가 또다시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수를 뒀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는 중앙위 부결에 들끓었다. 최고위원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개탄할 일”이라고 했고 장경태 의원은 “비대위에서 해결했어야 할 과제가 차기 지도부로 넘어왔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의원제 선출 방식을 바꾸고 권리당원보다 몇십 배를 주는 (투표) 비중을 조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개딸 논란에 대해서도 “극렬 팬덤 어쩌고 그러는데 우린 그런 수준 낮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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