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용’이란 지적을 받았던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80조’ 개정안이 중앙위원회 부결 하루만인 25일 당무위원회를 다시 통과했다. “당 지도부의 월권”이라는 비명(비이재명)계의 강한 반발에도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헌 개정안의 당무위 재의결을 강행한 것. 친명(친이재명)계는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 이번 개정안에서 빠진 권리당원 전원투표제를 다시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2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호’ 출범이 사실상 예고된 가운데 당헌 개정안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비명계 “당헌당규 위반…꼼수”
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 당무위를 열고 회의 시작 20분 만에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기소 시 직무 정지’ 조항은 그대로 두되, 정치 보복 등으로 판단될 경우 직무 정지 조치를 당무위에서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당무위 의장은 당 대표가 맡기 때문에 ‘셀프 구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꼼수 개정’이란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개정안은 26일 중앙위에서 다시 온라인 투표를 거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비대위가 ‘중앙위는 회의 5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꼼수 재상정’을 강행했다”고 반발했다. 당무위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5일 전 소집 원칙을 깨뜨릴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무엇이냐”며 “하나의 안건이 부결됐는데 이를 수정해서 다시 올리는 것이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법 규정을 뛰어넘었다고 비판했던 만큼, 우리도 당헌당규 절차와 과정이 잘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부결된 당헌 개정안 중 일부 재상정은 안된다”며 “명백히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썼다. 친문(친문재인)계인 강병원 의원은 의총에서 비대위가 전당원투표 조항 신설을 시도했던 것을 재차 비판하며 ‘꼼수’라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당헌 80조 개정안은 비대위의 절충안으로 이미 당 내에서 정리가 됐던 부분이고 이를 차기 지도부에 넘기면 ‘셀프 방탄’ 논란으로 더 부담될 수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절대 꼼수를 쓰려고 머리를 굴린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박 후보와 강 의원이 이번 논란의 절차적 문제를 워낙 아프게 지적하니 지도부도 해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데 급급했다”고 했다.
● 친명계 “당선 즉시 당헌당규 개정 재추진”
이번 논란을 거치며 친명 대 비명 간 갈등이 본격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이다. 야권 관계자는 “그 동안 자신과 관련된 논란들에 대해 말을 아끼던 이재명 후보가 전당대회 승리가 가까워지니 ‘개딸’ 등에 대한 옹호 발언 강도를 점점 올리고 있다”며 “친명계도 당선이 유력한 최고위원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 원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된 상황이 안타깝다”며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이번에 반영이 안 된 전당원투표(권리당원 전원투표제)를 새 지도부 구성 즉시 개정 발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 의원은 의총에 앞서 BBS라디오에서는 비명계의 반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비명계를) 하나의 계파라고 보는 건 어폐가 있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이 80%에 육박한다”고 일축했다. 앞서 친명계 의원 23명은 전날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여야 중진협의체 구상’에 대해 “제대로 된 정치는 제대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하면 된다”며 공식 반대했다. 기자회견에는 ‘검수완박’ 과정에서 위장탈당한 민형배 의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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