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 개정안이 26일 우여곡절 끝에 최종 확정되면서 이제 관심은 28일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될 ‘이재명 체제’로 쏠리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지금까지 치러진 전국 15개 순회경선 지역에서 누적 78.35%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당대회 종료 직전까지 이어진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 논란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80일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임기 종료를 앞둔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당내 계파갈등 확산을 우려한 듯 “새 지도부는 비주류와의 소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 당분간 여진 불가피
이날 중앙위원회를 최종 통과한 당헌 80조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민주당 당직자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당무위원회에서 ‘정치 탄압’ 등으로 판단할 경우 당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 당무위 의장은 당 대표가 맡는다. 이 후보가 28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승리해 당 대표가 될 경우 사실상 ‘셀프 구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꼼수 개정’ 논란 속에 24일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찬성 47.35%로 과반에 미달돼 부결됐던 당헌 개정안이 26일 투표에서도 재적위원 566명 중 찬성 311명(54.95%)으로 가까스로 의결됐다. 의결 정족수인 과반(284표)을 27표 차이로 넘긴 것.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중앙위가 온라인 비대면으로 찬반투표만 하게 돼 있어 찬성반대 토론도 없고 수정안을 낼 수도 없다”며 온라인 투표 방식을 비판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우 비대위원장이 ‘그만 좀 하라’는 취지로 웃으며 얘기한 것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 부적절했다. 아무리 친해도 공식적인 자리인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가 8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찬성률과 지지율로 이 문제를 판단하면 안 된다”며 “과거 유신헌법도 상당히 높은 찬성률로 채택됐다”고 비판했다.
비명(비이재명)계 3선인 이원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개정안의 중앙위 재상정을 비판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훼손하며 민주당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는 일은 중지돼야 한다”고 했다.
● 계파 갈등 수습이 첫 과제
비명계의 심상치 않은 반발을 의식한 듯 친명계는 이번 논란에 대해 ‘로키’로 대응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헌 논란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이슈”라며 “친명계 내부에서 관련해서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친명계에서 공개 발언이 나오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야권 관계자는 “쉽게 다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 예상과 달리 꼬이니 이 후보도 앞으로의 스탠스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그대로 남은 계파 갈등의 불씨를 어떻게 잘 다스릴지가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강경파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사당화’라고 말하는 건 80%를 지지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다음 지도부에 들어가면 당헌 80조 폐지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개딸’들이 요구해 온 대로 당헌80조 완전 삭제에 나서겠다는 것.
벌써부터 고조되는 계파 갈등 조짐에 비대위 임기 종료를 앞둔 우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재차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가 특정인의 사당화를 돕기 위해 무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그럴 이유도 없고, 엉뚱하게 비대위를 공격하는 건 솔직히 서운하다”고 이번 논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취임 직후 ‘수박’ 등 계파 갈등을 자극하는 용어 사용부터 금지했던 그는 “어느 정당이든 당권을 잡지 못한 비주류 그룹은 존재한다”며 “다음 지도부가 되는 분들은 비주류와의 소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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