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혼돈]
與 “법원 결정 당혹” 즉각 이의제기… 전대 염두 “비대위 자체는 유효”
“정말로 당이 비상 상황 됐다” 한숨
하태경은 “법원이 당의 폭주 제동”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매우 당혹스럽고 우리 당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법원의 비대위원장직 직무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법원이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낸 비대위 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원에 즉각 이의 신청을 제기했지만 집권 여당은 주 위원장 취임 17일 만에 발생한 리더십 공백에 경악했다.
○ 주호영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법원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헌법상 정당자치의 원칙을 훼손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즉시 이의 신청을 했고 이후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가처분 결정에 반발하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의 신청을 했다.
법원은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실체적 하자를 근거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표의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에서 “법원은 국민의힘 비대위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무효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법원이 비대위 출범 계기였던 비상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비대위 역시 무효라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비대위 자체가 좌초한 것은 아니라는 태도다.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법원 가처분은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만 정지한 것”이라며 “비대위 발족 자체는 유효한 상태”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의 직무만 정지된 것일 뿐이고 비대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배경엔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자리 잡고 있다. 비대위 자체가 무산돼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되면 이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가 끝난 뒤 복귀하게 되고, 전당대회는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비대위 자체가 유지되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 與, ‘민생정당’ 결의문 채택 30분 만에 날벼락
전날(25일)부터 1박 2일간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 의원들이 총출동해 ‘원팀’을 강조했던 만큼 여권의 충격은 컸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1시 20분 연찬회 마지막 순서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와 함께 경제 회복과 서민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정당, 국민정당으로 거듭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약 29분 뒤인 11시 48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면서 대혼란에 빠졌다. 여권 관계자는 “당이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법원의 결정에 정말로 당이 비상 상황이 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은 이날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며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힘은 두 달도 안 돼 당 사령탑이 세 번이나 바뀌게 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1일 이 전 대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의원총회에서 결정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직무대행을 내려놓았고, 9일 주호영 의원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했다. 여기에 이날 법원 결정으로 주 위원장이 직무정지 상태가 되면서 다시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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