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의총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후속 조치 논의
“권성동 거취는 사태 수습 후 의총에서 재논의 결정”
추가 법적 대응 벼르는 이준석, 보수 안방 TK 머물며 ‘장외 여론전’
국민의힘이 27일 5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당규를 손 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전날(26일) 법원의 결정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요구하는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지 않고 ‘주호영 비대위’를 대신할 새 비대위를 만들어 전당대회를 준비하겠다는 것.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비대위 정비가 끝난 뒤 의총을 열어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당 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의 조속한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가 내년 1월 당 대표로 돌아오는 일은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추가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어 집권 여당의 내분 수습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 격론 끝에 ‘새 비대위’ 꾸리기로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법원의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 결정에 다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법원은 본안 판결시까지 주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당이 ‘비상상황’이라고 한 최고위의 의결이 문제가 있다고 결정했다. 여기에 법원은 사실상 새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총 결과 입장문에서 “이의 신청 및 항고 이의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지도체제와 관련해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의총에서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문제된 것이지 비대위나 비대위원은 문제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직무가 정지된 주 위원장을 대신해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총에서는 비대위원장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반대가 거셌다. 4선의 윤상현 의원,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허은아 의원 등은 “비대위를 유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의총 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유지라는) 지도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 같다”며 “저는 비대위 자체의 효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서 다시 최고위원을 뽑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윤 의원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본인과 당, 대통령을 위해서 결단해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도 주장했다.
결국 5시간 넘는 토론 끝에 의원들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는 접고 법원에서 지적한 당헌·당규의 문제점을 손 봐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로 결론을 내렸다. 의원들은 입장문에서 “지난 비대위 구성으로 인해 최고위가 해산됨에 따라 과거 최고위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법원 판결로 인해 현 비대위를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헌·당규를 정비한 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새 비대위가 들어설 때까지 현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을 비워 놓은 채 유지된다. 당장 28일 열리는 고위 당정 회의에도 주 위원장은 참석하지 못하고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또 권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지금은 원내대표를 새로 뽑을 시점이 아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사태 수습 후 의총에서 재논의한다”고 결정했다. 이날 9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한 의총에는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지목한 권 원내대표, 장제원 이철규 의원 과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도 참석했다.
● “이준석 추가 징계 촉구” VS “가처분 신청 또 낸다”
국민의힘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헌·당규를 손봐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한 것은 이 전 대표 측이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또 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면 곧바로 또 가처분 신청을 낸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법원의 결정을 보면 비대위로 전환할 근거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유지된다고 해도 또 가처분 신청을 내면 인용될 수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고쳐 비대위 전환 근거를 마련해 추후 법적 다툼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현재 비대위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지금 법원의 논리와 똑같은 논리로 아마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관련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 비대위 전환까지 복잡한 절차를 밟는 일이 있더라도 최고위 복원을 포함한 당 대표 직무 체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구상이다.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전당대회를 열 수 없어 내년 1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끝나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윤리위에 이 전 대표의 조속한 추가 징계를 촉구한 것도 이 전 대표의 귀환은 막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이 지도부 구성을 놓고 혼란에 빠진 사이 이 전 대표는 보수 진영의 안방 격인 경북으로 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상의 묘소에 성묘하는 사진을 올리며 “오랜 세월 집안이 터전 잡고 살아왔던 (경북) 칠곡에서 머무르면서 책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 북구에서 열린 떡볶이 축제 현장을 찾아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한 여권 인사는 “보수 진영의 터전인 대구경북 지역의 맹주가 자신이라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대표는 추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유권자들과 만나는 장외 여론전, 당원 가입 독려 등 ‘윤핵관’과의 전면전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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