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보조금법 파장]
美상무부 “중국내 한국 기업 공장
첨단장비 수급 문제 없을것” 전달… 생산차질 우려했던 기업들 안도
한국, 전기차관련 대응 나서자 다른 부문서 배려했을 가능성
美차관보 “그렇게 우려할줄 몰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국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 전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 조치를 확대했지만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는 이 조치를 적용하지 않겠단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이런 입장을 이미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핵심 장비 수급이 가능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우리 정부, 기업 등의 반발을 우려한 미 행정부가 한국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美, 중국 내 우리 기업 피해 안 보게 조치
28일 외교 소식통은 “미 상무부가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취지로 우리 정부에 직접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정부 재량을 발휘해 한국 기업들이 피해 보지 않게 나섰다는 것.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지난달 말 미국의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램리서치와 KLA의 최고경영자(CEO) 등이 “중국으로의 수출 통제 조치가 14nm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장비로 확대된다”는 상무부 공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알려진 바 있다. 당초 중국의 핵심 반도체 업체 SMIC를 대상으로 10nm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 장비를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제한한 바이든 행정부가 그 통제 기준을 14nm 이하로 확대하고 범위까지 중국 전역으로 넓혔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우려를 표시하며 정부에 대응을 촉구해 왔다. 통상 14nm 이하 공정은 첨단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D램의 경우 14nm 이하 공정에서 극자외선(EUV) 장비 적용이 필요하다. 미국은 새 규제에 EUV보다 한 세대 구형 장비인 심자외선(DUV) 장비 등도 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으로부터 이러한 장비들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는 수출 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건 당연히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는 희소식이다.
○ IRA 반발 거센 한국 달래기용 해석도
미국이 이번에 한국을 배려해준 건 IRA 때문일 수 있다. 미국 내 생산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IRA가 발효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와 관계 부처가 비상이 걸려 강력 대응에 나서자 미국이 다른 쪽에서 우리를 배려해 줬을 수 있단 의미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26일 방한 당시 일부 면담자들에게 “IRA가 한국에서 이렇게 큰 우려 사안인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보는 또 “북미산 조립 요건의 전기차 보조금 부분은 그렇지만 (다른 부분에선) 결국 한국이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IRA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배제하겠다는 목적인 만큼 중국을 통제하면 한국이 시장에서 이득을 볼 기회는 오히려 늘어날 거란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 내 한국 기업들에 수출 통제를 하지 않기로 한 이번 조치가 반도체 등 공급망에서 중국은 배제하면서 한국 등 우군들은 확실하게 확보하겠다는 최근 미국의 기조를 반영한 상징적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고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협력대화인 ‘칩4’ 예비회의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당초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 칩4는 추석 연휴 이후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14nm(나노미터) 공정
nm(1nm는 10억분의 1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나타낸다. 숫자가 낮을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다. D램의 경우 14nm 이하 공정부터 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요해 첨단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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