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을 규정하는 새 당헌당규를 만들어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새 비대위’ 카드로 사태를 수습하고, 당초 계획대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차기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꼼수”라는 비판 속에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는 추가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 개막이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7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5시간여의 마라톤 토론 끝에 법원 판결의 대응책으로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을 결의했다. 당헌당규상 비대위 출범의 조건인 비상상황에 대한 규정을 ‘최고위원 과반 사퇴’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 등으로 명확히 한 다음 비상상황에 따른 새 비대위 출범을 추진하겠다는 것.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지난 비대위 구성으로 최고위원회가 해산됨에 따라 과거 최고위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현 비대위를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으니 관련 당헌당규를 정비한 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조속한 추가 징계도 촉구했다. 이 전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이후에도 정권과 당을 향해 강성 발언을 이어가는 만큼 제명 수준의 중징계를 내려 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속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장에서는 “이 전 대표가 돌아오면 탈당하겠다” “이 전 대표는 곪은 종기” 등의 격한 발언이 오갔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비대위”라고 밝혔지만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에 따라 당의 대표자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지조차 입장 정리가 안 돼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당 지도부는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총에서 반대 의견이 이어지면서 관철되지 못했다.
28일엔 중진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5선 조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촉구했고 4선 윤상현 의원과 3선 김태호 의원은 각각 페이스북에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의 수습이 우선인 만큼 새 비대위가 출범하고 나면 권 원내대표도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대표격도 없는 與, 수습 첩첩산중
‘당헌 고쳐 새 비대위 출범’ 결의, 전대 열어 새 대표 선출 강행 의지 새 비대위장 임명부터 난관 봉착… ‘권성동 직대’ 반발 부딪쳐 제동 조경태 등 중진 “권성동 물러나라”… 당내 “비대위 출범후 사퇴할수도”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을 규정하는 당헌당규를 고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새 비대위’ 카드를 꺼냈지만 당 정상화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당은 29일 비대위 회의를 열어 직무정지 상태인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대신할 당 대표 격 인사를 정하고 새 비대위 출범을 강행할 방침이지만 당 안팎의 반발이 적지 않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는 새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개막을 앞두고 여당의 내부 분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에 “판판이 일을 키운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與 “이준석 복귀 막고 전당대회 강행”
국민의힘은 27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과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조속한 추가 징계를 결의했다. 법원이 ‘당의 현 상황은 당헌당규상 비상 상황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주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시킨 만큼, 당헌당규를 고쳐 비상 상황의 조건을 구체화하고 다시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윤리위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촉구한 것은 제명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러한 결정은 기존 이 전 대표의 최고위원회 체제로 돌아가지 않고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개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중에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헌당규 개정 시도를 두고 ‘셀프 비상 상황 연출’이란 비판이 커지고 새 비대위 출범 자체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당헌당규 미비로 새 비대위원장을 누가 임명할 수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나 대표 권한대행 또는 직무대행이 임명할 수 있는데, 임명권자인 당의 대표자가 현재 누구인지조차 내부 정리가 안 된 상태다. 당초 당 지도부는 주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라도 비대위 자체는 존속한다고 보고 권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삼으려 했지만 의총에서 반발이 거세 유야무야됐다. 또한 법원이 ‘당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통한 비대위원장 임명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전 대표는 새 비대위 체제가 현실화되면 법원 결정을 근거로 추가적인 가처분 신청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새 비대위에 대해 추가로 가처분 신청을 내면 또 인용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비대위 내부에서도 비대위원장 없이 비대위원들로만 진행되는 비대위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짙게 깔려 있다. 한 비대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 상태니 나도 함께 직무정지 하겠다고 건의할까 한다”고 했다.
○ 중진들 잇따라 “권성동 사퇴” 촉구
집권 여당의 내분이 결국 법원에 의한 당 지도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지자 권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 중진들은 28일 잇따라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27일 의총에서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사태 수습 이후 다시 묻겠다’고 결의한 게 잘못됐다는 것. 5선 조경태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총 결정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4선 윤상현 의원은 “정치·민주주의·당·대통령을 살리는 길”, 3선 김태호 의원은 “사태 수습의 첫 단추”라며 각각 페이스북에 권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추가 징계 시도도 또 다른 뇌관이다. 윤리위가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신군부’ 등 발언을 문제 삼아 징계에 나선다면 당내 주류와 이 전 대표 측 간 또 한 번의 대충돌이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도 거취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당의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새 비대위 출범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권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