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새 비대위” 권성동에 힘 모아…중진 “막장 드라마”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0일 21시 13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등 재선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조속히 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재, 송석준, 정점식, 이만희 의원. 2022.8.30 사진공동취재단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등 재선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조속히 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재, 송석준, 정점식, 이만희 의원. 2022.8.30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추석 전까지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강행했다. 당의 비상상황 조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사퇴’로 현재 상황에 맞게 고쳐 새 비대위 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것. 당 지도부가 과반인 초재선 의원의 지지를 업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지만 중진들을 중심으로 “여권발(發) 막장 드라마”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다음달 추석 전 새 비대위가 추석 전 출범하더라도 당장 다음달 14일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 심문 결과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이 여전해 대혼돈의 뇌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셈이다.

● 초재선 “새 비대위” VS 중진 “權 사퇴”

국민의힘은 30일 국회에서 당의 비상상황 조건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받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지금의 위기는 당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와 당헌당규 미비가 결합한 구조적 문제”라며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 말고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했다. 27일 의총에서 결의한대로 새 비대위를 띄우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며 정면 돌파를 택한 것.

여당 의원 115명 중 87명이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당헌·당규 개정과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격론이 펼쳐졌다. 당 의원의 과반이 넘는 초재선 다수는 “새 비대위로 가야한다”며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반면 5선의 서병수 조경태, 4선 윤상현, 3선 안철수 하태경 등 중진들은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 후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직접 사퇴를 거론하진 않았다고 한다.

차기 당권 주자 간 의견도 엇갈렸다. 의총 발언 첫 주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은 “새 비대위는 당의 운명을 법원에 맡기자는 것”이라며 최고위 복원을 주정했다. 반면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판사도 잘못된 판결을 한다. 1심도 아니고 가처분에 우리 운명을 맡겨선 안 된다. 판사가 우리 선거 대신 치러주느냐”고 반박했다. 격론이 이어지면서 의총은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점심시간을 빼고 4시간 동안 이어졌다.

결국 당 지도부가 올린 당헌·당규 개정안은 반대파 의원들이 속속 자리를 떠나 66명이 남은 가운데 표결 없이 박수로 추인됐다. 수적 우위에 있는 초·재선 및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뜻이 관철된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긴급 의총 다음날(28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친윤 그룹의 표가 더 몰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바뀐 당헌·당규는 △당의 비상상황 조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사퇴 시’로 구체화하고 △비대위원장, 비대위원을 각각 당 대표, 최고위원과 동일한 지위와 권한을 갖도록 명문화했다. 전임 최고위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한 현 상태에 당헌을 맞추고,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모호해진 당대표격 지위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 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새 비대위 출범해도 ‘산 넘어 산’

국민의힘은 이번주 중 새 비대위를 향한 관문인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고 다음주 중 새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당헌에 상임전국위원 4분의1 이상이 요구하면 의장이 소집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장이 회의 소집을 거부하더라도 당헌에 부합하는 요구가 있다면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우여곡절 끝에 새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내홍의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 후 재신임을 받으려 하겠지만 사퇴 여론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다만 권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기간에 원내 사령탑을 흔들면 안 된다는 논리로 버틸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원 전원(8명)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의 심문이 새 비대위 출범 직후인 14일로 잡힌 점도 변수다. 하태경 의원은 의총에서 “지금 비대위가 살아있다고 보고 여기서 새 비대위로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번 결정사항도 가처분을 걸면 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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