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 당헌당규’ 개정안 추인
추석전 전국위 열어 마무리 방침
權, 새 비대위 출범후 사퇴할 듯
국민의힘이 30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당내에서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여전한 상황.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추가로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다음 달 14일 예정돼 있는 만큼 집권 여당의 극심한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했다. 박형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상 상황으로 보고 비대위로 간다는 (조항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이 비대위를 구성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만큼 비상 상황의 근거를 구체화해 법적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추석 전까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마무리 짓고 새 비대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의총에선 새 비대위와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태 수습을 위해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새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법원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라 불확실하고 위험이 많다”며 “다시 자체적으로 최고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훨씬 낫고 법원의 판단 취지에도 맞다”고 했다.
다만 “사태 수습을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따라 권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 출범까지 자리를 지키기로 결론이 났다. 박 원내대변인은 “권 원내대표가 사태 수습 이후에 본인의 거취를 표명한다고 했는데 이를 존중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석 이후 새 비대위가 출범하고 나면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계속해서 당과 거리를 뒀다. 이날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에 훌륭한 분이 많으니 조금 시끄럽지만 깊게 논의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 결과를 잘 받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추석 전까지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강행했다. 당의 비상상황 조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사퇴’로 현재 상황에 맞게 고쳐 새 비대위 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것. 당 지도부가 과반인 초·재선 의원의 지지를 업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지만 중진들을 중심으로 “여권발(發) 막장 드라마”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새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당장 다음 달 14일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 심문 결과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 출범 이후 사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기국회 중 새 원내사령탑 선출 문제가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 초·재선 “새 비대위” vs 중진 “權 사퇴”
국민의힘은 30일 국회에서 당의 비상상황 조건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받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지금의 위기는 당 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와 당헌·당규 미비가 결합한 구조적 문제”라며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 말고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했다. 27일 의총에서 결의한 대로 새 비대위를 띄우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며 정면 돌파를 택한 것.
여당 의원 115명 중 87명이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당헌·당규 개정과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격론이 펼쳐졌다. 당 의원의 과반인 초·재선 다수는 “새 비대위로 가야 한다”며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반면 5선의 서병수 조경태, 4선 윤상현, 3선 안철수 하태경 의원 등 중진들은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사태 수습부터 하고 추석 전에 원내대표 후임을 정하자”며 달래기에 나섰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도 “새 비대위 출범 후 책임지겠다”고 했다.
차기 당권 주자 간 의견도 엇갈렸다. 의총 발언 첫 주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은 “새 비대위는 당의 운명을 법원에 맡기자는 것”이라며 최고위원회 복원을 주장했다. 반면 김기현 의원은 “판사도 잘못된 판결을 한다. 1심도 아니고 가처분에 우리 운명을 맡겨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격론이 이어지면서 의총은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점심시간을 빼고 4시간 동안 이어졌다.
결국 당 지도부가 올린 당헌·당규 개정안은 반대파 의원들이 속속 자리를 떠나 66명이 남은 가운데 표결 없이 박수로 추인됐다. 수적 우위에 있는 초·재선 및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뜻이 관철된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긴급 의총 다음 날(28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친윤 그룹의 표가 더 몰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바뀐 당헌·당규는 △당의 비상상황 조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사퇴 시’로 구체화하고 △비대위원장, 비대위원을 각각 당 대표, 최고위원과 동일한 지위와 권한을 갖도록 명문화했다. 전임 최고위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한 현 상태에 당헌을 맞추고,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모호해진 당 대표격 지위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 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 새 비대위 출범해도 ‘산 넘어 산’
국민의힘은 이번 주 중 새 비대위를 향한 관문인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고 다음 주 중 새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새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내홍의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 기간 중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교체 여부는 대통령실에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날) 결정 사항도 가처분 걸면 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하 의원의 주장처럼 법원의 결정도 변수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원 전원(8명)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의 심문은 새 비대위 출범 직후인 14일로 정해졌다. 판사 출신인 최재형 의원도 의총 도중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에게 “이런 방식의 당헌 개정으로는 법적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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