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기정, 서울대 규정 어기고 2억6800만원 연구비 사적 수주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일 17시 56분


기업 과징금 처분 반대 논거 마련 의혹도
민주당 김성주 의원 “공정위원장에 부적합”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뉴스1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교내 규정을 어기고 총 2억6800만 원의 연구비를 수주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특히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기업의 연구 과제까지 수주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일 한 교수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에 따르면 한 교수는 서울대 교원으로 재직했던 2009년부터 2017년 사이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 코리아재보험, 공정위, 보험연구원 등으로부터 총 7건의 연구과제를 수주하고 연구비로 2억6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서울대 연구행정시스템(SRnD)에 등록되지 않은 과제들이다.

서울대 연구비 관리 규정에 따르면 연구책임자가 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연구를 수행하려면 발주기관의 장과 서울대 총장(또는 산학협력단장) 간 연구 협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연구 과제는 SRnD에 자동 등록되는데 한 교수의 경우 일부 과제들이 누락된 것. 교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연구비를 사적으로 수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학교 시스템 상에서 누락된 발주 과제들에서 한 교수가 의뢰 기업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점을 두고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교수는 2013년 코리안리 의뢰로 작성한 ‘재보험시장의 주요 쟁점에 대한 경쟁법적 검토’ 보고서에서 “재보험시장을 하나의 상품시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자동차·생명비례 재보험시장과 나머지 재보험시장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코리안리의 시장점유율은 48.4%로 하향 조정되고, 시장지배적사업자가 받는 공정위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한 교수가 코리안리의 편에서 법적 쟁점을 검토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한 교수는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는 코리안리로부터 ’일반항공보험 재보험거래 검토‘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진행했는데, 이미 공정위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사안이었다. 공정위는 2018년 말 코리안리가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7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소속 집단의 내규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으로 조사받는 업체를 대변했던 한 후보자는 중립적이고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하는 공정위 수장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