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으면서 여야 간 긴장이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을 뛰어넘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겨냥하며 “야비한 정치보복”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범죄의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라며 대통령실을 대신해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 나섰다. 여야 간 거센 대치 전선이 형성되자 그간 내홍을 겪었던 여야는 자연스럽게 계파를 뛰어넘는 내부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양상이다.
○ 출석 여부 저울질 들어간 李
2일 광주를 찾은 민주당 지도부는 여권을 향한 총공세를 펼쳤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에서 “죄 없는 김대중을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이나 뭐가 다르겠느냐”고 했다. 대선 패배 이후 지속됐던 야권 내 계파 갈등도 일시적으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전해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총력 대응을 해야 한다”며 “서면조사를 할 수 있는데도 당 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환하는 것은 명백한 흠집 내기”라고 비판했다. 전날(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 대표와 전 의원이 향후 대응을 두고 상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방위적인 사정 바람이 몰아치는 만큼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대한 주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직까진 “불출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가운데,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망신주기 수사인 만큼 이 대표가 직접 나서 부당함을 성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나간다고 하면 저부터 드러누워서라도 막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 진영의 핵심 의원은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가 정무적 판단력도 있고 법 논리도 해박해 결국 출석일에 임박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문제는 향후 국회 상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 통보일 하루 전인 5일 열리는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탄압의 여지가 있는지, 불필요한 소환 조사는 아닌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5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비상 의원총회도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도 부각시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하라고 한 통화 녹취록을 언급하며 “대선 기간 내내 김 여사와 주가조작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온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허위사실 유포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특검 추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부 매체가 녹취록을 왜곡 해석해 허위 보도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與 “당 대표직을 방탄조끼 삼아”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맹폭을 퍼부었다. 행정부 수반인 윤 대통령이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만큼 대통령실을 대신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 대표의 숱한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를 보내 당 대표를 만들었다”며 “당 대표 자리를 범죄 의혹의 방탄조끼로 사용했으니 와해의 길을 택한 건 민주당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전날 이 대표 측이 ‘전쟁’이라고 반응한 데 대해 “전쟁 맞다. 썩은 냄새 진동하는 비리에 대한 차고 넘치는 증거조차 권력의 힘으로 깔아뭉개며 ‘유권무죄’를 외치는 무리들과의 전쟁”이라고 가세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던 의원들도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온갖 비판에도 무리해서 마련한 삼중·사중·철갑·방탄조끼도 입었는데 뭐가 그리 걱정되느냐”고 썼다. 최재형 의원도 “공소시효를 적당히 넘기려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조사에 응해 자신을 둘러싼 많은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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