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추석 연휴 시작 전까지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인 가운데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새 비대위를 이끄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앞서 법원이 주 위원장에 대해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다만 주 위원장의 재등판에 대해 ‘도로 주호영 비대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아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을 마치는 대로 사퇴하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 ‘대안 부재론’에 주호영 체제 유턴 유력
국민의힘은 5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뒤 곧바로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해 새 당헌·당규에 따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내릴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주말 동안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해 이르면 5일 새 비대위원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정기국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수정된 당헌·당규를 기반으로 주 위원장을 다시 임명하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을 비롯해 이미 임명된 비대위원들은 새 당헌·당규가 통과되는 대로 전원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원 역시 재임명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일부만 본인 의사에 따라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비대위 출범해도 ‘가처분 암초’ 눈앞
‘대안 부재론’ 속에 ‘다시 주호영호(號)’로 가닥을 잡았지만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 자체가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얼굴마저 바뀌지 않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욕먹을 게 뻔하다”고 말했다. 원내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을 맡을 만한 중진 의원들이 비대위 출범을 반대하다 보니 새 비대위원장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더라도 당이 정상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던진 가처분 신청이 또 다른 암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14일 예정된 법원의 가처분 심리 결과에 따라 새 비대위는 무사 안착이냐, 또 한 번의 좌초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해서 개정해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며 새 비대위 출범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가 새로 꾸려지는 대로 새 당헌·당규 효력 정지 및 새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전원에 대한 직무정지로 가처분 신청 취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만약 법원이 다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민의힘은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타격과 리더십 부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의원들도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전국위원들께 거듭 호소한다. 법원의 결정에 반하는 비대위를 부결시켜 달라”고 4일 페이스북에 썼다. 김웅 의원도 전날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토크콘서트’에서 “전당대회를 맞이해 진지를 만들고 아군을 만들어내서 우리가 당을 장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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