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과 의회 관계자들을 면담하며 본격적인 협의에 착수했다.
안 본부장은 이날 미 상·하원 및 백악관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안 본부장은 백악관에서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면담했다.
안 본부장은 디스 위원장과 면담에서 “이번 문제가 비단 현대차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고, 양국간 경제통상 관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밝혔다.
디스 위원장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백번 이해한다”며 “한미간 IRA 문제를 포함해 향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통상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자는데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안 본부장은 전했다.
두 사람은 이번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찾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한 한국내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그간 다소 소극적이었던 미 백악관의 태도도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디스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각료인 안 본부장을 직접 면담한 것은 물론 면담 때 백악관 담당 과장들이 총출동하는 등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31일 하와이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이번 사안을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최근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과의 면담 자리에 백악관 관계자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미측은 애초 IRA에 큰 틀에서 한국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 만큼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등 미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데다 한국 정부가 보완책 마련을 위한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미국측 기류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본부장도 미측이 시간만 끌고 있는 태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동맹국들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진지한 협의를 할 확실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제 (IRA 시행을 위한) 국내 규칙 제정 절차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많은 세부 내용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또 이날 미 상·하원 관계자들도 면담했다.
안 본부장은 특히 IRA의 하원 처리 당시 반대 토론에 나섰던 버디 카터 조지아주(州) 하원의원(공화)과 만나 의회 차원의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아주는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는 곳이다.
카터 의원은 당시 “IRA의 새로운 전기차 세액 공제 규정은 미국의 전략적 핵심 파트너이자 오랜 동맹국인 한국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 현대차 공장 완공 시점인 오는 2025년까지 IRA 적용 유예 등을 요청한 상태다.
안 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법안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IRA와 관련된 핵심 위원회의 인사들도 면담했다.
안 본부장은 이날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통상을 담당하는 무역소위원회의 얼 블루머나워 공화당 간사를 만나 한국 국회가 IRA에 대한 우려를 담아 채택한 결의안을 전달했다.
안 본부장은 오는 7일에는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를 비롯해 상무부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IRA 문제로 한미간 각료급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본부장은 타이 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거듭 설명하고, 향후 한미간 경제통상관계를 발전·유지시키는 데 있어 이번 사안이 잘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양국간 구체적인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 채널 구축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미국 등 ‘북미산’ 전기차에 한정해 제공하는 현행 IRA 규정은 명백히 자유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들어 법 적용을 2025년까지 유예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법 개정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세액공제 대상 전기차의 ‘최종 조립국’ 규정과 관련해 ‘북미산’에 대한 법적 해석의 재량적 여지가 있을 수 있는지 여부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안 본부장은 이후에는 로스앤젤레스(LA)로 이동해 오는 8일부터 열리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각료급 회의에 참석한다. IPEF에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전날(5일)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법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과 행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 등 다각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IRA는 한미 간 산업통상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금석이 되는 사안이다. 향후 한미 간 산업 생태계 구축하는데 있어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하고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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