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여야 당 대표들 간 다자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한번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이렇게 만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길에 오른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이날도 “민생이 파탄 지경”이라며 “이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영수회담밖에 답이 없다”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일대일 회담을 요구한 것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은 것. 이 수석은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정의당 상황이 안정되면 다 같이 회담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이미 여러 번 밝혔고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도 ‘상황이 정리되면 만나자’고 했는데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독대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일대일로 만남으로써 ‘방탄조끼’를 한 겹 더 입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며 “일대일 만남은 성사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의 연이은 회담 요구에 대해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연일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있다”며 “벌써 다섯 번째인데, 제안이 거듭될수록 이 대표가 영수회담에 목을 매는 이유에 국민의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양금희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영수회담을 ‘플리바기닝’쯤으로 착각하는 게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민생까지 볼모로 삼고 거짓 민심을 내세우며, 영수회담마저 방탄으로 삼으려는 본말전도의 여론전을 즉각 중단하고 범죄혐의 소명부터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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