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 어떤 핵공격에도 압도적 대응”…흔들리던 핵우산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8일 2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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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협의체, 공동성명 채택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현장을 방문, 우리 측 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에서 세번째)과 악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외교부 제공)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현장을 방문, 우리 측 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에서 세번째)과 악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외교부 제공)
미국이 한국을 겨낭한 전술핵무기 공격과 핵무기에 버금가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에 대해 전면적인 핵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한미는 16일(현지 시간) 열린 외교·국방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overwhelming and decisive)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거나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력으로 공격할 때 우리가 확실히 억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등 WMD 공격도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공격의 범주에 포함시켜 북한에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주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확장 억제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뜻한다.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이번 주 후반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이 부산에 입항해 동해에서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 항공모함 전대가 한국군과 연합훈련에 나서는 것은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미국과 함께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 억제는 미국 영토 내에 있는 핵무기를 유사시에 사용한다는 것뿐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모든 패키지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는 1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철통 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선제 핵공격 감행을 법제화한 새로운 ‘핵 독트린’을 내놓자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한국을 타깃으로 한 전술핵에도 핵무기로 반격하는 핵우산 강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주요 미군기지나 본토가 핵전쟁에 말려들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 위력과 상관없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韓 겨냥 전술핵 공격에도 美 핵 반격 시사
한미가 4년 8개월 만에 열린 EDSCG에서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합의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 등이 검토되면서 흔들리던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이 전술핵과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의 개발이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핵우산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북한에 대해선 이 같은 원칙과 무관하게 모든 전력을 동원해 응수할 것이라는 뜻을 이번 회의에서 내비친 것.

이번 회의에선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전략자산 적시 전개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전략자산 적시 전개는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북한의 위협 고조 시 한미가 협의해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 이른바 3대 핵전력을 신속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략자산 배치를 정례화하고 적시에 배치하는데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EDSCG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며 “확장억제를 위한 외교·국방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 사이버전 통한 핵 공격 사전 무력화
또 미국은 핵 전력 외에도 우주·사이버·전자기전 등 최첨단 비(非)핵전력 등 모든 전력을 북핵 억제에 사용하겠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한미간 군사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미가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움직임을 탐지하고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해 북한이 핵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한미는 북핵 위협 단계에 따라 군사 대응책을 점검하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올해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한미 연합훈련을 확대하기로 했다.

4시간 반에 걸친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확장억제협의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뿐만 아니라 대만해협 문제 등 중국 관련 위협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확장억제협의체를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전략적 사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로 규정ㅤㅎㅔㅆ다. 미국이 한미일 확장억제 협력을 중국의 핵 위협과 대만 해협 방어를 위한 협력 채널로 활용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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