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일 진행한 정권수립기념일(9·9절) 기념공연에 등장해 ‘각별한 대우’를 받은 한 소녀의 정체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 아이가 ‘김씨 일가’의 일원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번 공연에는 북한의 각종 음악단 외에도 어린이들의 공연(아동 중창·합창)이 별도로 진행됐다.
조선중앙TV는 어린이들의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집중했다. 성인 가수들의 무대와 달리 ‘주인공’이 없는 어린이들의 중창 및 합창 공연에서 특정 출연자의 모습을 조명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 아이는 소년단원의 상징인 붉은 넥타이를 두르고 있는 등 복장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 소녀와 같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또래 아이들이 머리를 완전히 뒤로 빗어 넘긴 것과 달리 혼자 단발머리를 하고 무대에 올랐다. 또 유일하게 ‘하얀색 양말’을 신은 것도 눈에 띄었다.
헤어밴드도 착용하고 있었는데 마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공개석상에서 쓰는 헤어밴드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조선중앙TV가 이 소녀의 ‘단독샷’을 두어 번 반복해 내보낸 것도 이 아이의 존재를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시종일관 활짝 웃는 표정으로 공연에서 눈을 떼지 않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손뼉을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적극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도 그대로 TV를 통해 방영됐다.
리설주 여사와 소녀가 보인 행동은 더 이례적이었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김 총비서가 공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무대로 나서자 따라나섰다.
이 소녀는 다른 아이들이 제각기 김 총비서 곁으로 다가가 환호하고 손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과 달리 소극적인 모습으로 무리를 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마치 김정은과의 ‘영광의 순간’이 자신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 여사는 다른 아이들을 두고 곧바로 이 소녀에게 다가가 감싸 안으며 어떤 대화를 나눈 뒤 등을 다독이며 ‘함박웃음’을 짓는 등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이 소녀는 김 총비서 부부의 ‘의전’을 챙기는 듯한 특이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 부부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옮기려 할 때 한 어린아이가 의전을 몰라 김 총비서 옆에 따라붙자 이를 나서 제지하면서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소녀는 다른 아이들과는 상당히 다르게 보인다”라며 이번 공연에서 보인 모습이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의 콜린 즈워코 선임분석원도 “이 소녀가 김정은 총비서의 딸일 수도 있다”라며 이번 공연에서 보인 특별한 모습에 주목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 9일 이번 공연 관련 보도에서 이 소녀가 인공기를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이 프레임 한가운데에 담긴 사진을 보도했다.
다만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직계 가족, 특히 자녀들을 외부에 노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는 점에서 이 소녀는 김 총비서의 딸이 아닌 다른 가족의 자녀일 수도 있다. 또 ‘김씨 일가’의 가족 구성원이 아니어도 각별히 챙겨야 할 지도부의 가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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