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에 대해 외교 실패라고 시끄럽게 정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없다.”(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20일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논란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맹공을 퍼부었고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야당이 지나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 “‘조문 취소’ 외교 참사” vs “조문마저 정쟁으로”
외교·통일·안보 분야를 주제로 한 이날 대정부 질문의 핵심 화두는 윤 대통령 내외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일정이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윤 대통령이 예정돼 있던 한국전 참전비 헌화 및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 일정을 취소하고, 버킹엄궁에서 열린 리셉션에만 참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참전비, 웨스트민스터 홀, 버킹엄궁) 세 군데가 반경 1km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도 안 되는 거리”라고 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걸어가서 (조문)했다. 일본 왕은 어떻게 했나. 리셉션 후 조문을 했다.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는 것이냐”고 질타했고, 민홍철 의원도 “우리 측 사정으로 인해 (장례식) 뒤에 조문록을 작성했지만 계획된 조문을 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맞서 정부 여당은 조문 일정이 영국 왕실과 사전 조율이 됐고,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성당에서 하는 장례가 진짜 장례고, 국장이라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그곳에 외국 정상들과 같이 참석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조문 외교마저도 정치적 정쟁거리로 몰아가는 행태는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현지) 교통이 안 좋다 보니, 영국 왕실에서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와 조문록 작성의 순연을 요청해 와서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가 공방을 이어간 가운데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장례식이 핵심 행사라고 할 수 있다”며 “새 국왕을 만났고 국장에 참석하셨다. 그걸 조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한덕수 “美 IRA, ‘펠로시 패싱’과 무관”
민주당은 미국 IRA 통과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도 현 정부의 외교 실패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IRA가) 8월 8일 미국 상원, 12일 하원을 통과했는데 8월 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에 왔었다”며 “(우리) 정부가 펠로시 의장에게 결례했단 말이 많았는데 윤 대통령은 왜 안 만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패싱’이 ‘전기차 패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 총리는 “백악관하고도 소통을 해봤지만, 펠로시 의장과는 연관이 없다”고 ‘펠로시 패싱’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윤 의원이 ‘한국산 전기차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해선 “법적으로 검토한 바에 의하면 위반일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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