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의 키워드는 자유 가치의 공유, 유엔 중심의 연대, 개도국에 대한 책임있는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뉴욕 국제연합(UN)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회원국 정상 가운데 10번째로 기조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 기조연설문은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에 충실히 맞춰졌다. 11분 분량의 연설 제목은 ‘자유와 연대:전환기 해법의 모색(freedom&solidarity: answer to the watershed moments)’다.
최근 국제사회가 직면한 팬데믹, 기후 변화,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전 과제에 대해 참신하고 변혁적인 해법을 모색하자는 게 이번 유엔 총회의 주제다.
이에 윤 대통령은 그 해법으로 유엔이 구축해온 국제 규범체계와 시스템 하에 유엔 중심의 ‘자유와 연대’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핵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 힘에 의한 변경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들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축적해온 국제 규범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의 해법은 복합적 위기일수록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뭉친다는 유엔 헌장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완성됐다.
유엔이 그동안 구축한 시스템 아래 더 많은 국가가 연대하고, 나아가 에너지와 기술력이 앞서 있는 국가들이 그렇지 못한 국가들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지원해 인류 공동 번영을 꾀하자는 제안이다.
연설문에 쓰인 단어만 해도 ‘자유’는 21번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다. 또 ‘유엔(18번)’, ‘연대(8번)’, ‘지원(7번)’, ‘책임(3번)’ 등의 단어 중심으로 연설문에 쓰였다.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유엔 중심으로 연대하고, 경제력을 갖춘 나라들이 책임있는 지원을 할 때 세계가 윈윈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을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치에 입문할 당시부터 당선 후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등 각종 연설문에 모두 ‘자유의 가치’ ‘연대’를 언급할 정도로 이는 윤 대통령의 정치 및 집권 철학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유엔총회 무대에서도 ‘자유’와 ‘연대’를 제시한 데에는 두가지 가치가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인류에 공통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 윤 대통령의 연설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그에 걸맞는 ‘책임’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100불이 안되던 나라에서 세계 10대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세계 국가들이 한국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나라가 과거의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나라들을 돕는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의 ‘약자 복지’를 꺼내들면서 “대한민국은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렸고 이는 지속가능한 번영의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국가들도 경제 기술 측면에서 양극화 돼 있다 진단,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나라들이 가급적 많이 연대해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을 도와야 세계 평화와 자유가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수사’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가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백신 지원 및 치료제 개발 협력 등 보건 분야 지원, 개도국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위한 일정 금액 공약, 글로벌 펀드 기여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 연설에 대해 “약자 복지의 글로벌 비전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 그동안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 곁에 정부가 있어야 하고, 그게 정부의 존재이유라 했듯이 갈림길에 선 유엔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수 없는 약소국 곁에 있어야 하고, 그 역할을 윤 대통령이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유와 책임’과 관련해 “자유와 책임은 동전이 양면과 같다”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국가와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나라들의 갈림길에서 윤 대통령은 유엔 본연의 모습, 자유와 연대의 손길 속에 대한민국의 공유를 늘리겠다는 선포인 셈”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유엔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관련한 메시지는 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각종 지원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이미 천명한데다, 이에 대해 냉담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만큼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으로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이 세계가 직면한 위기 중 하나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 무기 문제, 인권 등을 언급하는 정도로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