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회담 놓고 신경전 치열
日언론 “기시다, 불쾌감” 보도도
日기업 사과 등 쌓인 숙제 많아
韓日 완전한 타결까진 험난
한일 양국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최종 조율 중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최대 현안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과 관련해 두 정상이 양국 간 견해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양국은 앞서 19일 뉴욕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일단 ‘장관급’에선 처음으로 배상 문제 관련 구체적인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논의를 위해 한 걸음 다가섰다. 다만 일본 기업의 사과 문제 등을 놓고 한일 간 견해차가 여전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도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韓日 정상 간 강제징용 해법 찾을지 주목
핵심 의제인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일단 한일 정상 모두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전 외신 인터뷰를 통해 한일 관계를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 간 만남을 시험대 삼아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번 윤 대통령 순방 직전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문제 등의 현안들은 자체적으로 한국이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일본 측과도 내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 장관이 강제징용 문제의 다양한 해법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도 정상회담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
다만 정상 간 회동이 이뤄져도 강제징용과 관련해 견해차를 좁히려면 여전히 극복할 난관이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지율 30%를 밑도는 기시다 총리가 자국 보수층 여론을 의식할 경우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강제징용 여전히 난제…순방 전부터 신경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듯 양국은 윤 대통령이 순방에 나서기 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온도차를 보였다.
15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한일 정상회담 성사에 대해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하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현 시점에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견해차를 보인 것. 복수의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총리관저는 물론이고 외무성에서도 ‘흔쾌한 합의’ 등 표현을 듣고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 측이 20일에만 두 차례 일본 기자들에게 총리 일정(뉴욕 현지 시간 기준)을 배포한 가운데 21일 일정에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올리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 기자단에선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이후 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그렇다면 반대로 만나지 말자”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는 더 냉랭해졌다. 신문은 외무성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국 정부의 온도차가 두드러져 회담 전망이 불투명하다”고까지 했다. 일본 외교에 정통한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한국 측 발표 이후 자민당 내 강경파가 ‘왜 한국이 먼저 발표했냐’며 총리관저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일본 측에서 냉랭한 기류가 감지되자 우리 정부는 이후 급하게 수위 조절에 나서며 진화하는 모습이었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부는 “양국이 조율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뉴욕에 도착한 20일(현지 시간) 밤 12시까지도 회담 일정을 밝히지 않으며 “일정이 정리되는 대로 알리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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