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 XX들’이라고 지칭한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였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둘러싸고 여야가 ‘2라운드’ 진실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짓말은 막말 외교참사보다 용서할 수 없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 올렸고, 국민의힘은 “한미혈맹마저 이간질하고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특히 ‘이 XX’로 지칭된 민주당 의원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12월까지 예정된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에서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 “국민 청력 시험하나”
전날까지 말을 아끼던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참 할 말이 없다. 뭐라고 말씀드리겠나”라며 “국민은 망신살이고 엄청난 굴욕감,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실이 무려 15시간 만에 내놓은 것은 진실과 사과의 고백이 아닌 ‘거짓 해명’”이라며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국민 청력을 시험한다는 질타가 온라인상에 가득하다”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이 XX’ 대상이 분명 미국 의회고 거짓말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
대통령실이 ‘외교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야당 의원 169명을 ‘이 XX’로 만들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성토도 터져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민주당 169명 국회의원이 정녕 XX들인가”라고 반문했다. 강선우 의원은 “이 XX들 중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설훈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 XX면, 윤 대통령을 저 XX라고 해도 좋나”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외교 라인과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대한 경질을 재차 요구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 소집도 요청했다. ‘외교 참사’를 규탄하는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대통령실 “MBC 발언 전후 영상 공개해야”
대통령실은 당시 현장 상황과 대화 맥락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 발언에 ‘바이든’이 나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외교부 등 현장 동석 인사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내 정치 여건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와중에 나왔다. 이에 옆에 있던 박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잘 설득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
박 장관은 이날 “대통령의 사적발언이 정치적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영상에 나온 발언은 회의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해 황급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말로 하신 것으로 미국과는 상관없는 발언”이라고 외교부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가 윤 대통령 발언 전후 영상을 공개하면 당시 대화 맥락이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동영상만 여러 차례 봤는데 딱히 그렇게(야당 주장대로) 들리지 않았다”라고 일축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잘 들어보면 윤 대통령은 ‘날리면’을 ‘날리믄’으로 발음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 토박이들의 전형적인 발음(~하면을 ~하믄이라고 발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향한 정황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22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을 떠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글로벌 펀드’의 국제 사회 연대를 강조하며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연설에서 세계질병퇴치금 1억 달러 기여를 약속한 만큼, 문제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우리 국회에 대한 언급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15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이 공식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등 긴박한 일정 속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대응 기조를 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논란이 된 발언 ○○○의 내용이 적어도 바이든이 아니라는 부분은 확신을 갖고 있다”며 “말씀하신 분(윤 대통령)에게 확인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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