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여권은 이날 오전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가짜 뉴스’를 거론하며 관련 보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 자체를 ‘불의’라고 언급하며 총공세를 예고했다.
○ 與 “제2의 광우병 조작 선동” 엄호 사격
여권은 윤 대통령 발언의 진위 대신 관련 보도에 초점을 맞추며 역공세에 나섰다. ‘이 ××’, ‘바이든’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고 명시적으로 보도한 내용이 “의도된 조작”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주도적으로 보도한 MBC를 겨냥해 “야당과 좌파 언론은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을 제2의 광우병 조작 선동의 기회로 이용하고자 했다”며 “이번 사건에서 MBC가 보여준 행태는 신속한 보도가 아니라 신속한 조작이었다. MBC 뉴스는 정치투쟁 삐라 수준”이라고 이날 페이스북에 썼다.
여기에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김대기 실장까지 ‘가짜 뉴스’를 언급하자 여권이 여론전을 통해 총반격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실장은 이날 “과거 사례를 보면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제 범죄가 늘어나고 가짜 뉴스가 급증했다”며 “서민을 울리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범죄 행위들은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고위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그것(비속어 논란)과 (연결시켜) 이해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다른 참석자는 “해석은 언론의 몫”이라고 여지를 열어놨다.
대통령실은 26일 비속어 논란 관련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던 참모들에게 파악한 결과 문제의 발언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고, 대통령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이 외부에 알려진 시간이나 경위에도 의혹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복수의 소리 분석 전문가에게 확인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 野 “불의 방관은 불의” 尹 직격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밤 페이스북에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다. 의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고 짧게 적었다. 부연 설명 없는 30자 분량의 글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귀국에 맞춰 순방 기간 빚어진 각종 논란을 직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거짓 해명을) 민심 분기점이라고 해야 할지, 폭발력이 상당한데 그런 차원에서 이 대표도 글을 쓴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바로잡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또 “거짓말로 인해 윤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민주당이 요구해 온) 특검이나 국정조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외교 참사’ 프레임을 이어가며 여권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민주당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24일 국회 브리핑에서 “국격이 무너진 일주일, 윤 대통령은 국민께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인 만큼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외교안보 라인의 경질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25일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는 삼진아웃”이라며 “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그리고 김은혜 홍보수석의 경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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