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尹의 설화, “이 XX” 논란이 우려되는 이유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10월 1일 18시 50분


[이종훈의 政說] ‘1일 1망언’ 논란 겪은 尹… 대통령·참모진 변화 의지 없어 더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인간의 언어는 그의 성장 과정과 교육 수준, 직업적 배경 등을 드러낸다. 윤석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언어를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검사라는 직업적 배경에 근거한 말투다. 최근 방미(訪美) 중에 한 발언도 해당 범주에 속한다.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언론이 이번에 최초 보도한 윤 대통령 발언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다. 윤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 시간)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퇴장하는 과정에서 관련 발언을 한 것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며 논란이 일었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다음 날 윤 대통령 본인에게 확인을 거쳤다며 해당 발언 중 ‘바이든’은 ‘날리면’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XX들이”라고 말한 부분은 해명하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해당 발언이 보도된 직후 가장 먼저 소환된 것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이었다. 이 전 대표는 9월 9일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저녁 술자리에서 당대표에 대해 이 XX 저 XX라고…. 그게 바뀌었을까. 대통령의 캐릭터라고 본다. 그분의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는 흉악범과 지능범을 수시로 상대해야 하는, 따지고 보면 험한 직업이다. 범죄 사실을 끝까지 은폐하려는 피의자와 힘겨루기를 하다 보면 말투 역시 거칠어질 수 있다. 그들을 “이 XX 저 XX”로 부르는 것도 불가피할지 모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제 검사가 아니다. ‘존재의 집’이 바뀐 것이다. 당연히 언어도 바뀌어야 하지만 아직은 큰 변화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인터뷰에서 “본인이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 써야 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다”고 했다. 인간 윤석열의 존재의 집은 ‘검사’와 검찰총장을 거쳐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으로 커졌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언어를 장착해야 하는 시점이다.

윤 대통령이 앞서의 발언을 할 때 참모진 누구도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마치 욕쟁이 할머니를 대하듯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유사한 상황이 그들 사이에 빈번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누구도 발언을 제지하려 들지 않았고, 들은 사람은 없는지 경계하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변하려면 참모진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 본인이 변할 의지가 적고 참모진도 그럴 의지가 없다면 발언 논란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에도 말실수가 많아 ‘1일 1망언’ 내지 ‘1일 1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정말 먹으면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등등 다양하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사법시험을 거쳐 검사라는 직업에 평생 종사했다면 세상물정에 밝지 않을 수 있다. 대선 당시에는 욕설 논란이 없었는데, “이 XX 저 XX”와 유사한 설화를 겪었다면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尹 어투’ 앞으로도 악재로 작용 우려

대통령이 된 이후로도 현실과 거리가 있는 발언이 이어졌다.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수해참사 현장에서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론화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어투 중 제삼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보이는 습관이 더 있다. 반말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약식 기자회견 때와 주변 참모진과 대화를 나눌 때, 이런저런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잦다. “소탈해서 그런 것”이라고 좋게 볼 이도 있겠지만 “하대하듯 대한다”고 여길 이도 적잖을 것이다.

변할 의지가 없다면 고집이라도 줄여야 한다. 최근 윤 대통령과 참모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태도를 보면 고집마저 강하다. 대통령실은 “이 XX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조차 부인할 태세다. 국민의힘 일부 윤핵관은 역공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언론이 야당과 결탁해 의도적으로 대통령 발언을 조작해 보도했다는 논리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9월 27일 “본질은 비속어 논란이 아닌 동맹국 폄훼”라는 입장도 내놨다. 흔한 되치기 전략으로 본말전도를 시도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참모진, 윤핵관이 변화보다 고수를 선호하는 한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윤 대통령 어투는 앞으로도 논란을 유발하며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당대표’ ‘사사건건 시비만 거는 야당 정치인들’ ‘트집거리만 찾느라 혈안이 된 언론인들’ 등으로 세상이 보일 수 있다. 국민이 이 같은 야당과 언론에 휘둘리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은 적대할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명확한 증거 없이 상대방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논란이 된 이번 발언, 그중에서도 대통령실이 사실상 인정한 “이 XX들”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중요하다. 언어는 인식의 발현이다. 대통령의 거듭되는 설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5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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