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이 최근 5년여 북한이 발사한 89발의 탄도미사일 중 실전배치된 게 아직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현재까지 50회에 걸쳐 17종의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제외)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이 한미를 겨냥해 무력 도발을 이어왔지만 실전배치를 할 만큼 미사일 성능을 입증하지 못했거나 개발을 마치고도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미사일 전력화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이미 전술핵 투발수단으로 제시한 대남(對南)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60여 발 발사했고, 소형화된 전술핵 개발을 위한 7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 이에 우리 군도 1일 고위력 탄도미사일(현무-5) 형상을 공개하는 등 ‘강대강’ 대응에 나서면서 향후 남북 간 미사일 개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대남 타격 3종 무기’도 실전배치 안돼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문 정부(2017년 5월∼올해 5월)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17종의 탄도미사일을 50회에 걸쳐 총 89발 발사했다. 17종의 미사일은 SRBM이 9종으로 가장 많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3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2종) 중거리탄도미사일(IRBM·2종)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1종) 등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이 미사일 양산시설을 만들거나 미사일 운용 부대를 편성하는 등의 관련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거리 1000km급 스커드-ER를 비롯해 노동미사일(1300km) 등 기존에 개발한 탄도미사일만 실전배치돼 있다는 것. 앞서 북한은 올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등 SRBM과 ‘화성-12형’ IRBM 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하면서 ‘검수·검열사격’ 용어를 사용해 실전배치 여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2019년부터 시험발사한 KN-23, 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이른바 ‘대남 타격 3종 무기’ 역시 실전배치 단계까진 이르지 못한 상황을 한미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지 50여 발 발사된 이 SRBM은 모두 저고도에서 급상승하는 변칙기동(풀업) 특성을 보여 한미 요격망에 위협이 된다는 평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정확성이나 변칙기동 등 비행기술 등을 계속 검증하는 단계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다만 실전배치 여부와 별개로 북한의 미사일은 양과 질에서 매우 위협적인 수준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은 올해 20회에 걸쳐 총 38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3회에 걸쳐 25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2019년 수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 앞서 한국국방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북한이 총 17회에 걸쳐 탄도·순항미사일 33발을 발사하는 데 드는 재료비, 인건비 등 총 비용을 4억∼6억5000만 달러(약 5764억∼9367억 원)로 추정하기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최근 SRBM 시험발사를 보면 여러 위치에서 특정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등 기술적 측면에선 검증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실전배치가 임박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南北 미사일 개발 경쟁 가속화
우리 군도 1일 탄두중량이 최대 8t에 달하는 ‘괴물 탄도미사일’을 전격 공개하는 등 남북 간 미사일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군은 지난해 8t-300여 km와 6t-600km 이상 등 탄두중량과 사거리를 조정해 2종의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현무-5라고 명명하고, 이르면 2020년대 중후반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또 탄도·순항미사일 방식의 극초음속미사일 2종도 2030년대 초 전력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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