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는 국정감사 첫날인 4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의 요구를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조사를 거부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성역은 없어야 한다”고 맞섰다. 국감장 곳곳에서는 이를 놓고 여야 간 충돌이 벌어졌다.
●국감장 곳곳서 與野 충돌
여야는 국감을 본격 개시하기 직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각 당의 회의에서부터 기 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정치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 탄압이 노골화하고 있다”며 “이미 헛발질로 판명 난 북풍 논리를 빌미로 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복 감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서면조사에 대해 무례하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질문서 자체를 반송한 일이 있었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각 상임위 국감 현장에서도 여야 간 설전이 이어졌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국감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는 여야의 ‘피켓 대치’로 인해 53분 ‘지각 개의’했다. 국감 시작 전 민주당 의원들이 노트북 앞면에 ‘정치 탄압 중단하라’를 적은 종이 피켓을 붙이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쟁국감 노(NO), 민생국감 예스(YES)’라고 쓰인 종이를 붙이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여야는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중재로 피켓을 철거한 후에도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이 “최근 정부여당이 특정 사정기관을 내세워 정치적 꼼수를 부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보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게 법사위 의사진행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감사와 수사에 성역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도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감에서도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가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감사원이) 마치 문 전 대통령에게 혐의가 있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낙인찍기식 감사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군 당국의 첩보 내용이 보고된 당시 회의록을 공개하면 국민적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군이 제대로 조치했는지 군의 보고를 받고 문 대통령이 어떻게 했는지 전반적인 사항을 감사하는 것을 정치 탄압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尹 “언급 적절치 않아” 말 아껴
윤석열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면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강조했던 것에 대해선 “일반적인 원칙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여당의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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