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상 훈련 끝내고 복귀 도중에 ‘北, 괌 타격’ 과시에 이례적 재출격
한미 국방장관 통화서 최종 결정… 한미일 2주연속 동해훈련 처음
바이든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 유엔과 별도로 독자 제재 가동할 듯
핵추진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10만3000t급)이 5일 한반도로 전격 회항했다. 북한이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최대사거리 수준으로 발사하며 미 전략자산 발진기지인 태평양 괌 타격능력을 과시하자 대응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한반도로 재전개한 것. 여기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들도 합류해 한미일 3국은 6일 동해 공해상에서 탄도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한다. 지난달 30일 동해상에서 대잠수함 훈련을 벌인 지 6일 만으로, 3국이 2주 연속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IRBM 도발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긴박하게 군사 및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 시간) “이번 도발이 난투극(come to blows)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계속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해 “일본 국민에 대한 위협이자 역내 불안정을 야기한 북한 미사일 시험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 北 미사일 발사 14시간 뒤 전격 회군 결정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4일) 오전 7시 23분경 북한이 IRBM을 쏴 올린 직후부터 한미 군 당국은 전략자산 전개를 놓고 실무 협의를 이어갔다.
항모강습단의 동해 재전개는 4일 오후 9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통화에서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최신예 전투기 및 항공기 90여 대를 실은 항모와 이지스함 등으로 구성된 1개 항모강습단은 웬만한 국가의 해공군력과 맞먹는다.
통화 직후 항모강습단은 뱃머리를 돌려 동해로 향했다. 지난달 26∼29일 한국작전구역(KTO)에서 우리 해군과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대잠훈련을 실시한 항모강습단은 당시 아오모리 인근 해협을 지나 요코스카항으로 귀항하던 중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5월 한미 정상이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에 합의한 후 북한의 도발 시 언제든 강화된 확장억제를 가동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 군이 각각 보유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에이태큼스 4발 발사는 5일 0시 50분경 시작됐다. 앞서 4일 오후 11시경 우리 군 현무-2C 탄도미사일의 낙탄 사고가 있었으나 한미 연합 대응의 연속성 차원에서 훈련을 강행한 것이다. 300km 사거리를 지닌 에이태큼스는 900여 개 자탄을 탑재해 미사일 하나로도 축구장 3∼4개 크기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 강화된 군사대응, 대북제재 가동될 듯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향후 전략자산의 한반도 추가 전개나 한미일 연합훈련 등 군사적 대응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4일 한미 연합공격편대군이 실시한 공대지합동직격탄(JDAM) 정밀 폭격 훈련에 대해 “우리가 한국군과 함께 비행하고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외에 한국 일본과 논의해온 독자 제재 패키지를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부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이날 한미일 외교차관 통화를 가졌다고 밝히면서 조만간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한 3자 협력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셔먼 부장관은 한국과 일본 방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5일(현지 시간) 오후 3시경 북한의 IRBM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공개 브리핑을 개최한다. 우리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해당사국으로 브리핑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안보리 차원의 의장 성명이나 언론 성명은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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