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재취업 고위공무원 87명 중 42명(48.3%) 산하기관으로
업무 관련성 있는 민간기업으로 30명(34.5%) 자리 옮겨
최근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퇴직해 재취업한 고위공무원 2명 중 1명이 산하기관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가 무소속 양향자 의원실에 제출한 4급 이상 고위공무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2016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재취업한 87명 중 42명(48.3%)이 산하기관 및 단체로 재취업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에너지공단,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한국LPG산업협회, 해외자원개발협회 등 관련 산자부 산하 협회 등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관(官)피아 전관예우’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
민간기업 임원으로 옮긴 고위공무원도 재취업한 87명 중 30명(34.5%)이었다. 이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가스, LG디스플레이, 롯데정밀화학, 한화에너지 등 산자부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기업에 임원이나 사외이사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고위공무원의 경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특히 퇴직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재취업한 고위공무원이 38명(43.7%)이나 됐다. 전체 재취업 고위공무원이 재취업하는데 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6개월 안팎이었다.
이처럼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제한 여부 심사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피아는 정부 부처에서 일하다 유관 기관이나 협회, 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긴 퇴직 고위 공무원을 일컫는다.
앞서 2015년 당시 정부는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으로 불리는 새 공직자윤리법을 시행했다. 취업 제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관을 확대했고,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모호한 기준 때문에 고위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가 여전하다는 것.
결국 퇴직한 고위공무원의 재취업뿐만 아니라 취업 후 행위에 대한 규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산하기관 취업 제한은 안전 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 등을 수행하는 공직유관단체로 한정돼 있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재취업한 고위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해 자신이 몸담았던 부처에 전화를 걸거나 청탁을 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주무부처 출신 공직자가 산하기관이나 유관 기업에 재취업하는 관행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 재직 중 산하기관이나 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재취업한 경우는 없는지 사전에 면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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