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징계 처분을 내린 건 6일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친윤(친윤석열) 진영 일각에서는 제명 등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윤리위는 당원권 정지 기간을 1년 추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윤리위는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7일 자정 경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1년 정지의 추가 징계를 결정했다. 서 지난달 18일 긴급회의를 열고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발언을 한 이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 지 18일 만이다. 7월 당원권 6개월 정지에 더해 당원권 정지 기간이 더 길어진 것.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8월 새 비대위를 구성을 당론으로 결정됐다”며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당론에 반하여 당헌 개정과 새 비대위 구성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법적 공방에 나선 점을 문제 삼은 것. 여기에 윤리위는 ‘양두구육’, ‘신군부’ 등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 소속 의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욕적, 비난적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추가 징계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길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법원이 정당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만큼 윤리위 징계 과정에서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없는 이상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추가 징계는 이 전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며 “애초 지난 7월 내려졌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아들이고 자숙했다면 내년 6월 임기가 끝나기 전에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었지만 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과 윤리위 중징계까지 겹치면서 이 전 대표는 정계 입문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됐다. 지난해 6월 헌정사 최초로 ‘30대 당 대표’가 되면서 정치권의 중심에 선 지 16개월 만이다.
당 대표직 복귀가 무산된 이 전 대표는 향후 행보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선례도 적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얽힌 정당에 관한 가처분 재판을 맡아 오신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때로는 허탈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덩어리진 권력에 맞서 왔다”고 적었다. 이어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 여당 의원은 “신당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이 전 대표도 알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당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본안 소송도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가 당에 남아 친윤(친윤석열) 그룹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우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특정 주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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