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길까지 막힌 이준석의 발걸음은…신당 창당·2선 후퇴설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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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7일 0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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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뉴스1 ⓒ News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뉴스1 ⓒ News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집권여당과의 ‘권력 다툼’에서 완패했다. 정진석 비대위를 상대로 낸 가처분이 전부 기각되면서 당대표직 복귀의 길이 막혔고, 당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 징계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더욱 문제는 2024년 1월까지 당원권이 박탈되면서 사실상 차기 총선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재야(在野)로 돌아간 이 전 대표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

7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6일 이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지명직 비대위원 6인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당 전국위원회의 당헌개정안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은 각하했다.

재판부는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에 대해 “개정 당헌에 따른 전국위 및 상임전국위 의결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헌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도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에 실체적 하자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 윤리위는 같은 날 밤 전체회의를 열어 5시간 넘게 심의한 끝에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 징계했다. 이 대표는 당원권 박탈 기간이 첫 중징계(당원권 정지 6개월)에 더해 2024년 1월로 대폭 늘어나면서 차기 전당대회 출마 기회는 물론 총선 출마의 길도 사실상 막혔다. 한날한시에 사법적·정치적으로 입지에 치명타를 입게 된 셈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이목은 그의 향후 행보에 쏠렸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가처분 결정이 나온 직후,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 절차를 밟는 대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측근들과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세 갈래다. 먼저 원외에 머물며 당을 상대로 소송전과 여론전을 병행하는 한편, 자신에게 우호적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독자 세력’을 구축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하되, 현 집권세력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재기를 노리는 전략이다.

이 전 대표의 ‘독자 세력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때부터 엿보인 전략이다. 그는 윤 대통령을 ‘황제’, ‘절대자’, ‘신군부’로, 자신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하는 노예 검투사 ‘막시무스’에 비유한 바 있는데, 대선 승리와 혁신을 주도했던 자신이 최고 권력자에 의해 축출당한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해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전 대표는 쭉 일관되게 명분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당내 투쟁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탈당하거나 제3지대를 모색하기보다, 2030세대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최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풍’(尹風)이 약화했다고 진단하면서 “차기 전당대회에부터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부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정부·여당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면 차기 총선에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나 필요성이 증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방증하듯 이 전 대표는 2030세대 결집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는 연내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현재 집필 마무리 단계로, 출판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슷한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의 ‘당원 소통 공간’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2030세대 소통 플랫폼’은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던 방법 중 하나다. 홍 의원은 지난해 11월 당내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2040세대 커뮤니티형 정치참여 플랫폼 ‘청년의 꿈’을 개설했다. 청년의 꿈은 개설 사흘 만에 1000만 페이지뷰를 돌파하고, 동시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폭주하는 등 파장을 일으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연대하거나,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수차례 창당 가능성을 일축해왔지만,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17~1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5.9%를 기록한 바 있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전 대표가 2선 후퇴, 당분간 정치권을 떠났다가 복귀하는 ‘오세훈 모델’도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물러났다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1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오 시장은 2011년 무료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장직을 던지면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서울시정을 빼앗겼고, 보수정당의 10년 암흑기를 연 장본인이었다”며 “당시 대역죄인 취급을 받았지만, 10년의 공백기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이 전 대표에게도 그런 숙고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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