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가처분 리스크’를 떨쳐내면서 당내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현재 공석인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 67곳 공모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당협 253곳 중 25%에 이르는 곳을 비워놓은 채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위원장 선정은 2024년 총선 공천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당내 신경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2년 후 총선… 치열한 물 밑 경쟁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9일 “애초 주호영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새로 꾸려 공모 심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 때문에 일정이 미뤄진 것”이라며 “현재 공석인 사고 당협 재공모 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지역의 경우 조직위원장을 교체하는 방안까지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경우 당무감사 등을 통해 지역구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차기 당권 경쟁에 돌입한 김기현 안철수 의원 등 당권 주자들은 조직위원장 공모 절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원 70%, 일반국민 30% 투표로 선출되는 당 대표 선거 특성상 당원들에 대해 영향력이 큰 조직위원장의 입김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권 주자들은 공석인 지역에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조직위원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2년 뒤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원내외 인사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선 강동갑을 둘러싼 신경전이 거세다. 비상대책위원에 임명된 비례대표 전주혜 의원이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21대 총선 전부터 강동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이 지역을 다져왔던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이미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 지지층에게 유리한 경기 성남 분당을도 관심 지역이다. 앞서 정진석 위원장은 이 전 대표 재임 시절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이 지역 당협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설에 대해 “당협 쇼핑”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 전 대표 징계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비례대표 허은아 의원의 서울 동대문을 공모 결과도 주목된다.
● 당권 경쟁도 본격화 조짐
당 안팎에선 이미 사실상 당권 경쟁에 뛰어든 김기현 안철수 의원 등 기존 주자들 외에 누가 추가로 당권 도전에 나설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의 도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핵관 맏형 격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출마에 무게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정감사 종료 이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 전 원내대표가 출마할 경우 이른바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놓고 거센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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